"황 청장이 일선 경찰 선동…수사권조정 백지화 아냐"
원내회의서 경찰조직 끌어안기 시도하며 사태수습 모색
홍준표 "잘 싸우는 사람 격려해야"…장제원 비판에 '역정'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이슬기 기자 = 자유한국당은 26일 경찰의 울산시 관련 수사를 정치 공작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경찰 조직 전체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경계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을 겨냥해 "파렴치한 작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청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특정 후보와 수차례 회동하고, 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의 지방선거 공천이 확정되는 날 울산시청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번 사건의 본질은 황 청장과 민주당 유력 울산시장 후보인 송철호 변호사,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의 삼각 커넥션에 의해 발생한 문제"라며 "황 청장이 자신을 겨냥한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조직 전체'가 모욕을 당했다고 '침소봉대'하며 일선 경찰을 선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황 청장에 대한 비판 수위는 유지하면서도 경찰 전체를 자극하는 발언은 삼갔다.

이는 경찰 조직과의 갈등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언급도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은 이번 사태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백지화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경찰 조직 끌어안기에 나섰다.

김 원내대표가 이처럼 '전선' 좁히기에 나선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 조직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당내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오전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 비공개회의 때는 이와 관련한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그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 참석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 전체와 당의 대립 양상으로 비치고 있는 만큼 전선을 좁혀서 황 청장 같은 일부 정치 경찰을 대상으로만 분리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우리의 비판 대상은 일부 정치 경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너무 거칠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이에 홍 대표는 역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 대표는 "야당은 싸울 때 독하게 싸워야 하는데 앞에서 잘 싸우고 있는 사람을 격려하고 지원해야지 점잖지 못하느니 하는 말로 끌어내려서는 안 된다"며 장 수석대변인을 두둔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홍 대표의 최근 페이스북 글이 검경수사권 조정 백지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고, 이에 홍 대표는 "일부 정치 경찰의 행태를 보면서 심각하게 검토해봐야 한다는 취지였지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지 말자는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검경수사권 조정 백지화는 아니다"고 수위 조절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원내대표는 "일선 경찰이 지금 이 시각에도 국민을 위한 치안행정에 헌신하고 있다. 울산경찰청장의 일탈행위와 일반 경찰의 문제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으며, 특히 홍 대표의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발언 논란에 대해 "당 대표도 완전히 경찰을 배제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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