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팅엄시서 집단폭행으로 사망…이집트의회 "인종차별·의료과실서 비롯"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최근 영국 노팅엄시에서 이집트 출신 10대 여대생이 폭행으로 숨진 사건을 둘러싸고 이집트가 들끓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집트 의회는 15일 이집트 소녀 마리암 무스타파 압델 살람(18)의 사망 사건이 인종 차별과 의료 과실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집트 의회의 인권위원회가 외무부와 조율을 거쳐 영국에 사망 원인을 조사할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하루 전인 14일에는 이집트 외무부가 마리암을 숨지게 한 범인과 의료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집트 검찰도 영국 당국에 마리암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의회와 정부가 분노하는 것은 마리암이 억울하게 죽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영국 버팅엄대 공대생이었던 마리암은 혼수상태를 이어가다가 지난 14일 현지 병원에서 숨졌다.

영국 주재 이집트대사관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그녀는 지난달 20일 영국 노팅엄시의 빅토리아 쇼핑센터 밖에서 아프리카 출신 영국인 여성 10명에게 집단으로 폭행을 당했다.

당시 마리암은 폭행에서 벗어나려고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지만 가해자들은 버스 안까지 따라와 폭행을 계속했다.

결국 한 남성의 제지로 끔찍한 폭행은 중단됐고 마리암은 머리를 심하게 다친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유가족들은 병원이 초기에 마리암을 퇴원시키는 등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마리암이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리암의 아버지는 BBC와 인터뷰에서 "딸의 미래와 교육을 위해 이곳(영국)에 왔지만, 지금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절망감을 드러냈다.

노팅엄시 경찰은 마리암을 폭행한 혐의로 17세 소녀 한 명을 체포했지만, 이 용의자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노팅엄시 경찰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인종차별 문제가 있는지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인종차별에 따른 증오 범죄로 볼 정보는 없다"며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