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말투로 일상을 살아가는 쓸쓸하고도 다정한 어른들의 에세이

[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안경숙 작가의 신작 ‘외롭지 않은 어른은 없어’가 출간됐다.

일년 만에 선보이는 그녀의 세 번째 책으로, 오롯이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그림 에세이다.

‘가장 먼저’라는 말이 곧 가치가 된 시대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유행에 둔감한 사람들은 도태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흔히들 인생을 달리기 시합에 비유하곤 한다. 몇몇은 정석대로 완주할 것이고 몇몇은 넘어질 것이며 몇몇은 멀리 돌아가지 않기 위하여 쉽고 빠른 길을 찾아낼 것이다.

반면 달리기 시합에서 절대 뛰지 않는 몇몇 주자가 있다. 바로 ‘외롭지 않은 어른은 없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바깥에는 둔감하지만 내면에 대해서는 민감한 사람이 있다. 외부의 비판이나 비평에 쉽사리 동요하지 않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안다.

‘외롭지 않은 어른은 없어’는 그런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혼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매일 가는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훌쩍 여행을 떠남으로써 ‘나’라는 사람을 기르고 지켜나가는 이야기들, 주변의 오지랖을 가뿐히 무시하고 나만의 길을 가는 어른들의 세계는 얼마나 우아한가.

안경숙 작가는 유학 경험 없이 프랑스어와 영어, 일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외국계 기업 및 대사관에서 일한지 오래로, 늘 자신만의 리듬으로 홀로서기를 해왔다.

남이 뭐라 하든 간에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음을 증명해주는 실제 본보기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멋대로’ 인생에도 불쑥 외로움이 찾아들 때가 있다.

보편적인 인생의 단계를 밟든 아니든 혼자를 기르는 삶 속에서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타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방이 있기 위해선 수많은 타자들과 함께하는 방이 전제되어야 하듯 나라는 사람으로 오롯이 존재하기 위해선 내 옆에서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각자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닌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인간이란 필연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이것은 삶의 모순이자 사람의 역설일지도 모른다.

혼자 되길 바라는 삶, 혼자가 아니길 원하는 삶, 외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행복을 만끽하길 기도하는 삶, 좋아하는 일만 하길 고대하는 삶, 어제는 말 한 마디 나누고 싶지 않았지만 오늘은 옆에 있는 누군가로부터 위로 한 마디를 얻었으면 하는 삶,

이런 것들이 인생이 아닐는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해보게 된다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실 별거 아니라는 것과 외롭지 않은 어른 또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과 타인은 물론 모순되는 인생에 적당한 예의를 갖추는 사람에게서 묻어나는 단정함은 너무나 ‘제멋대로’ 멋지다. 그런 사람들의 정갈한 삶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외롭지 않은 어른은 없어’는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등에서 주문,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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