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의 한 억만장자가 로키산맥 인근에 숨겨놓았다는 '보물상자'가 또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1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미국공영라디오(NPR) 등에 따르면 작년 6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터키펜봉에서 실족사한 시카고 교외도시 출신 제프 머피(53)는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괴짜 갑부 포레스트 펜(88)이 숨겨놓은 '유명한 보물 상자'를 찾아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고 원인을 조사한 옐로스톤 국립공원 측은 머피의 사인을 비공개에 부쳤으나, 옐로스톤 인근 몬태나주 빌링스의 NBC 제휴사 KULR-TV가 최근 '공공기관 정보공개법'(FOIA)을 근거로 조사보고서를 입수,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보고서에는 머피의 아내가 옐로스톤 국립공원 측에 남편 실종 신고를 하면서 "펜의 보물상자를 찾아 떠났다"고 밝힌 것으로 기록돼있다. 또 KURL은 머피가 실종되기 전 펜에게 이메일을 보냈으며 펜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피는 터키펜봉 가파른 경사면의 150m 아래서 숨진 채 발견됐고, 사고사 판정을 받았다.

NPR은 펜의 보물상자를 찾아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 수가 지금까지 최소 4명이라고 전했다.

골동품 중개업으로 큰돈을 번 펜은 1988년 암 판정을 받고 자신의 재산이 '전설 속 보물'처럼 여겨지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별난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그는 2010년 출간한 '추적의 전율'(Thrill of the Chase)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에서 "금화와 보석 등 18kg 상당의 보물을 가로·세로 각각 25cm인 상자에 담아 '뉴멕시코 주 산타페이에서부터 캐나다 국경 사이, 해발고도 1.5km 이상인 로키산맥 일대 어딘가'에 숨겨놓았다"며 "누구든 찾는 사람에게 전부 주겠다"고 공표했다.

펜은 이 책 속에 보물이 숨겨진 곳에 관한 9가지 힌트를 담은 시(詩)를 적어두었고, "광산이나 묘지, 인공 구조물 인근에는 있지 않다"는 설명도 붙였다.

상자 속 보물의 가치는 200만 달러(약 2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미 전역의 탐사꾼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펜의 보물 상자를 찾아 나서 뉴멕시코에서부터 콜로라도, 와이오밍, 몬태나까지 로키산맥 일대를 뒤지기 시작했다.

트리뷴은 "펜의 보물 상자를 좇는 사람들은 블로그를 통해 추적 경험을 나누고 단서를 찾기 위한 아이디어도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펜은 보물 사냥꾼들이 불필요한 위험을 무릅쓰지 않도록 하겠다며 "물밑에는 없다"는 등의 새로운 힌트들을 추가로 내놓고 있지만, 그때마다 일반의 관심은 더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험한 보물 사냥을 끝내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보물 상자를 찾아 산길을 헤매다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종된 보물 사냥꾼을 수색하고 구조하는데 드는 비용만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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