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남편 시신이라도 데려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한국 내 불법취업을 통해 '코리안 드림'을 이루려던 태국 시골 출신 중년 부부가 끔찍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남편은 불법취업한 한국 내 직장에서 돈을 받지 못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취업을 포기한 채 태국으로 돌아온 부인은 빚더미에 앉게 됐다.

현지 일간 '더 네이션'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태국 북동부 부라람 주(州)에 사는 완신 분끌랑(40)씨 부부는 지난해 12월 불법취업을 목적으로 관광객을 가장해 한국에 들어갔다.

그동안 빌렸던 돈을 갚고 한국에서 일자리를 잡을 때까지 쓸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은행에서 15만바트(약 514만원)를 대출했다.

4만바트(약 137만원)를 손에 쥔 채 한국에 도착한 이들은 계획대로 여행은 하지 않은 채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말도 통하지 않던 이들이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고, 태국보다 물가가 비싼 한국에서 1주일간 호텔에 머물면서 숙식비로 쓴 돈만 2만5천바트에 달했다.

결국, 남편은 아내를 태국으로 돌려보낸 뒤 혼자 한국에 남아 일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 듣고 망연자실했다.

부인 옴 웡찬(40)씨는 "남편과 전화통화를 통해 직장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남편은 불법취업 사실을 악용한 업주가 돈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며 "남편은 돈이 없어 밥도 굶는다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었다. 남편에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8일 한국대사관으로부터 남편이 도로변에서 목숨을 끊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남편의 귀국편 비행기 표를 사기 위해 돈을 빌리려던 중이었는데 목숨을 끊을 줄 몰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옴씨는 이어 "가장인 남편은 죽었고 빚은 산더미다. 3명의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남편의 시신을 데려올 돈도 없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은 불법취업을 노리는 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다.

한국에서 취업하면 현지보다 3∼4배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물론, 적발되더라도 강제추방 이외에 다른 처벌이 없기 때문이다.

비자면제협정에 따라 태국인들은 한국에서 90일까지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일부 태국인은 이런 제도를 악용해 관광객을 가장해 한국에 들어간 뒤 농장 등에서 일한다. 특히 일부 여성들은 불법 마사지 업소에 취업하기도 하고 성매매를 강요당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 머무는 태국인 중 절반 이상이 불법체류 상태다.

태국 당국도 최근 관광객으로 위장해 한국 내 불법취업을 하려는 현지인의 출국을 저지하는 등 적극적인 조처를 하고 있다.

옴씨는 "한국에 가서 일해 멋진 인생을 일구겠다는 아름다운 꿈이 끔찍한 악몽이 될 수 있다"며 "많은 태국인이 고용주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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