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 운항 중단, 시신 육지 이송 못 해 '발 동동'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섬에서 혼자 살다가 생을 마감한 90대 할머니가 인천 앞바다에 뜬 유빙(流氷) 때문에 장례도 제때 치르지 못할 뻔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8일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 총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6일 오전 4시께 북도면 장봉도 주민 A(91·여)씨가 자택에서 잠을 자다가 숙환으로 숨졌다.

A씨는 당일 새벽기도에 나오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겨 집에 찾아간 교회 목사에게 3시간 뒤 발견됐다.

이웃과 교회 관계자들은 할머니의 장남이 사는 인천 육지에 장례식장을 차리기 위해 시신을 교회 승합차에 싣고 선착장에 도착했지만 섬을 떠날 수 없었다.

기록적 한파로 지난달 말부터 한강에서 떠내려온 유빙들이 섬 앞에 둥둥 떠다녀 배가 운항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장봉도와 영종도를 잇는 도선은 하루 최대 12차례 왕복 운항하지만 최근에는 유빙 때문에 아예 결항하거나 하루 1∼2차례만 운항하고 있다.

배가 뜰 수 없자 A씨 시신을 실은 승합차는 교회로 돌아갔고, A씨는 자식 품에 안기지 못한 채 차가운 승합차 안에서 꼬박 하루를 지내야 했다.

다음날인 7일에도 도선 운항이 쉽진 않았지만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은 선사 측이 오전 10시께 어렵사리 도선을 띄웠고 A씨 시신은 평소 30분 거리를 2시간 30분이나 걸려 뭍으로 나올 수 있었다.

북도면 총연합회 관계자는 "도선에 굴착기까지 싣고 선착장 주변과 뱃길 얼음을 깨면서 운항했는데도 중간에 유빙으로 스크루가 깨져 배가 3바퀴나 돌았다"며 "선사 측의 도움으로 비록 늦었지만, 무사히 할머니의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봉도, 신·시·모도, 영종도를 잇는 연도교가 하루빨리 지어져야 이런 안타까운 일이 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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