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잇감 구하려 수백㎞ 이동…민가 쓰레기도 뒤져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북극의 포식자로 빙산 위를 뛰어다니며 먹잇감을 찾는 북극곰을 아예 보지 못하게 되는 때가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산이 녹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북극곰들이 먹이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들은 바다표범 등 먹이를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탓에 체중이 급격히 줄어 결국 멸종의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알래스카 앞바다 보퍼트 해(海)에 서식하는 암컷 북극곰 9마리에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와 카메라를 달아 행동을 관찰한 결과 체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먹잇감을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통신 등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 북극곰들의 혈액을 채취해 처음으로 신진대사량 추세를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 북극곰은 생존을 위해 10일마다 다 자란 '얼룩큰점박이 바다표범'(ringed seals) 1마리 또는 어린 바다표범 3마리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 북극곰 가운데 5마리는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먹잇감을 제때 구하지 못해 10일 사이 몸무게가 무려 20㎏ 줄었다.

연구 대상 북극곰들의 평균 몸무게는 175㎏이었다.

일반적으로 암컷 북극곰은 하루에 1만3천200㎈를 소모한다.

이는 활동량이 많은 여성에 비해 무려 6배 많은 것이다.

빙산이 녹으면서 북극곰들이 사냥할 수 있는 여건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얼음덩어리 사이를 더 많이 뛰어다녀야 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이 이동해야 하며 때로는 헤엄을 쳐야 한다.

어떤 북극곰은 10일 동안 무려 250㎞를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며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USGS 소속 생물학자 앤서니 파가노는 이 날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북극곰들이 먹잇감을 제때 구하지 못할 경우 체중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접하고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종전 연구에서는 북극곰들이 바다표범이 숨을 쉬기 위해 빙산 틈 사이로 올라오기를 기다리면서 몇 시간을 보낼 때 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북극곰들의 평균 신진대사량이 이전 측정 때보다 5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북극곰들이 이전보다 더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북극의 온난화는 지구 평균보다 2배로 빨리 진행되고 있다.

북극곰들은 빙산이 줄어들자 먹잇감을 찾아 필사적으로 육지로 올라가 거위 알을 찾아 먹거나 멀리 떨어진 마을까지 찾아가 쓰레기를 뒤진다.

알래스카에서 30년 동안 북극곰 행태를 연구해 온 스티븐 앰스트럽 박사는 "무척 야윈 북극곰들의 비디오를 많은 사람이 봤다"면서 "미래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주, 더 많이 이런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북극곰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이들이 자주 육지에 올라오는 모습을 접하게 될 것"이라며 "북극곰들이 인간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극곰은 미국 정부로부터 '절멸위협종'(threatened species)으로 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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