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반가워요."

세계 최초로 시민권을 얻어 화제를 모은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29일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지능정보산업협회의 초청으로 방한한 소피아는 이날 오후 7시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소피아는 노란색 색동 저고리에 꽃분홍 한복 치마를 입어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한복은 유명 디자이너 박술녀가 1살인 소피아 나이에 맞춰 선물한 것이다.

소피아의 첫인상은 흡사 마네킨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얼굴은 마네킨처럼 화장을 했지만, 머리 부분은 투명한 플라스틱 밑으로 전기회로가 그대로 드러났다. 가발까지 씌우면 인간과 구분이 어려워 일부러 머리를 드러냈다는 게 개발사 핸슨 로보틱스 측의 설명이다.

피부는 스펀지 소재로 눈썹을 찌푸리거나 눈을 깜빡이는 등 자유자재로 표정을 구사했다.

인간과 대화에도 비교적 빨리 반응했다. 이날 참석자들과 대화는 영어로 이뤄졌다.

기념사진 촬영 전 박영선 의원이 '기분이 어떠냐?(how are you?)'고 묻자 낮은 톤의 여자 목소리로 '좋다(I'am doning very well)'라고 답했다.

곧이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만나서 반갑다(Nice to see you)'고 하자 '만나서 좋다. 영광이다(It's good to see you. It's an honor)'라고 화답했다.

자신이 이해 못할 질문에는 '무엇을 이야기하길 원하느냐?(What do you want to talk about?)'라고 되묻기도 했다.

간혹 질문에 안맞는 답을 내놓기도 했지만, 주저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핸슨 로보틱스 지니 림 CMO(마케팅총괄)은 "로봇이 사람과 비슷해 의사소통을 하고 감정 교류를 할 수 있어야 인간과 로봇이 함께하는 화목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며 "'지혜'라는 뜻의 소피아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공감 능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선 의원은 "소피아는 인간과 로봇의 공존 시대를 대표하는 시민 로봇"이라며 "스마트 도시 서울이 시민 로봇과 함께 새로운 혁신을 주도하도록 서울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소피아에게 명예서울시민증을 부여하는 일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영민 장관은 "AI 로봇은 사람을 '케어'하는(보살피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소피아가 한국에서 체류하는 이틀 동안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산업과 기술에 좋은 영향을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피아는 30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4차 산업혁명, 소피아에게 묻다' 콘퍼런스에서 본격적인 활약을 펼친다.

박영선 의원실과 지능정보산업협회가 주최한 이번 콘퍼런스는 소피아에게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사회 변화를 직접 묻고, 답변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콘퍼런스에서 소피아는 '로봇의 기본 권리'에 대해 10분간 연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핸슨 로보틱스의 데이비드 핸슨 CEO가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박영선 의원과 소피아의 일대일 대담도 20분간 진행된다. 콘퍼런스에는 산·학·연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한다.

소피아는 지난해 개발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배우 오드리 헵번의 얼굴을 본뜬 것으로 알려졌다. 60여가지 감정을 얼굴로 표현하며 대화가 가능하다. 작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로봇으로는 최초로 시민권을 발급받았고, 같은 달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 패널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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