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눈썹 눈 뒤덮여 서리…볼,추위에 빨갛게 상기돼
강추위속 농민공 자녀 가을옷 입고 눈 바람 뚫고 등교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에서 극심한 추위 속에서 등교하다가 '눈송이 소년'이 돼버린 한 소년의 사연이 13억 중국인의 마음을 울렸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소셜미디어와 포털사이트에는 윈난(雲南)성 자오퉁(昭通)시 주안산바오(轉山包) 마을에 사는 8살 소년 왕푸만(王福滿)의 사연과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 속 왕푸만은 겨울옷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얇은 옷차림을 한 채 머리와 눈썹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서리까지 맺혔고, 볼은 추위에 빨갛게 상기됐다. 어색한 표정의 왕푸만 주변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 초등학교에서 약 4.5km 떨어진 마을에 사는 그는 매일 1시간 넘게 걸어서 등교한다. 영하 9도의 맹추위 속에서도 목도리나 장갑을 하지 않은 채 걸어서 등교하다가 이런 모습이 된 것이다.

담임교사가 찍은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국에 전해졌고, 그에게는 '눈송이 소년'(氷花男孩)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이 사진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울린 것은 왕푸만이 농촌 출신으로 도시로 돈을 벌러 나간 농민공 자녀인 이른바 '류수아동'(留守兒童)이기 때문이다.

농민공 부모와 떨어져 농촌에 홀로 남겨진 류수아동들은 극심한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하기도 하며, 혼자 불을 피우다가 화재로 사망하는 등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류수아동은 무려 6천1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왕푸만도 누나와 할머니와 함께 낡은 집에서 살고 있으며, 돈이 없어 주로 밥과 야채로 끼니를 때운다고 이웃은 전했다. 난방 기구도 없어 장작을 태워 온기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구경을 하고 싶다는 왕푸만은 "학교에 가는 것은 춥지만 힘들지는 않다"면서 "커서 경찰이 돼서 나쁜 사람을 잡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왕푸만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지자 중국 전역에서 성금이 쇄도해 전날까지 벌써 12만 위안(약 2천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윈난성 청소년발전기금은 이 가운데 10만 위안(약 1천640만원)의 성금을 왕푸만이 사는 마을에 전달해 가난한 아이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너의 고생은 미래에 너의 길을 비춰주는 등불이 될 거야"라는 글을 올리는 등 왕푸만에게 성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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