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연재 일차분 엮어 '허영만의 3천만원'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요즘 허영만 화백은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는 법이 없다. 밤새 도착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한 뒤 오전 9시 무렵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끊임없이 '장'의 흐름을 살피고 틈틈이 기록한다. 매일 꼬박꼬박 챙기던 오후 낮잠은 없던 일이 됐다. 온라인 문화웹진 '채널예스'를 통해 연재 중인 웹툰 '허영만의 3천만원' 취재를 위해서다.

허 화백이 3천만 원의 종잣돈으로 '실전투자'와 '만화'라는 쌍끌이 작전에 도전한 것은 지난해 7월 31일이다. 주식투자 경험이 거의 없는 그를 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투자 자문단이 돕는다. 600만 원씩 계좌를 나눈 뒤 각 자문위원의 조언에 따라 직접 전화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주식투자를 두고 쉽게 돈 버는 것 아니냐고들 하는데 무노동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투자하는 사람들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해요."

허 화백은 '허영만의 3천만원 1'(가디언출판사 펴냄) 출간을 기념해 4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식투자를 불로소득 활동으로 보는 시선을 일축했다.

지난해 8~11월 16차례의 연재분을 묶은 책에는 흥미진진한 투자 과정과 결과, 시시각각 변하는 주식시장의 흐름, 대처 방법 등이 담겼다.

작품을 시작하기 전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2015년 8월이었지만, 계획을 짜던 중 금융감독원 등에서 시장 교란 등을 우려하며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타짜' '식객' '꼴' 등에서 다양한 영역에 도전했던 허 화백의 새로운 꿈은 2년 뒤에야 실현됐다. 실제 투자가 이뤄진 뒤 2주 후에 그 내용을 만화로 연재하는 식으로 '안전장치'를 뒀다.

"저는 가급적 휴대전화를 손에 안 두려고 하는데 이제는 카카오톡 메시지 오는 것만 쳐다봐서 병이 하나 생겼어요. 자문위원이 장 시작 전에 일러준다고 새벽 3시에 무엇을 사라,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하거든요."

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지켜본 허 화백은 "대체로 타고나는 것 같다. 사람들이 투자하고 빠져나오고 이런 것을 보면 좀 동물적인 감각을 통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초보 투자의 기본자세로 ▲ 시작부터 주식투자에 '몰빵'하지 마라 ▲ 공부를 게을리하지 마라 ▲ 6개월~1년 정도 모의투자를 권한다 ▲ 자신의 결정으로 투자하라 ▲ 사든 팔든 분할하는 것이 좋다를 제시했다.

만화를 시작하기 전 관련 서적 30여 권을 독파하는 등 나름의 준비도 했지만, 여전히 '왕초보'로 생각하는 만큼 자문단에 특정 종목의 매수를 제안하거나 하는 등의 의견을 내지는 않는다.

배석한 신민식 가디언출판사 대표는 "초보로서의 주식투자를 끌고 가다가 시간이 좀 지나서 투자 철학이나 기법이 발전하면 발전하는 대로 (추가로 나올 책에서) 보여주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반응은 나름대로 긍정적이다. '채널예스'에 연재 중인 웹툰 중 가장 조회 수가 높다.

아무래도 허 화백이 거둔 수익률이 가장 관심일 수밖에 없다.

그는 "지금 수익은 8% 정도다. 8월부터 5개월 만에 8%면 괜찮은데 코스닥이 너무 올라서 지금 빛을 못 보고 있다"라면서 쑥스럽게 웃었다. 더 활발한 투자를 위해 지난해 12월 한 명의 전문가가 추가로 합류하면서 총 운용금액은 3천600만 원으로 늘어났다.

굳이 '실전 주식투자'를 소재로 삼을 필요가 있을까 하고 묻는 이도 있을 것이다. 허 화백은 "안 하는 사람도 주식에 좀 관심을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주식은 결국 그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기에 전반적인 경제에도 관심을 두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허영만의 3천만원' 속지에 적힌 '주식은 지식이다'라는 메시지와 연결되는 이야기다.

324쪽. 1만3천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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