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서울시는 ▴조선 최고(最高)의 금속활자인 초주갑인자로 간인한 ‘자치통감 권271-274’를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신청하고,▴1882년 간행된 목판인 흥천사 소장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판’을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도봉산 천축사 암벽에 새겨진 19세기 <마애사리탑>을 서울시 문화재자료로 지정계획 예고한다고 9일 밝혔다.

◇조선 최고(最高)의 금속활자인 초주갑인자로 인쇄한 역사서 ‘자치통감’

‘자치통감’은 북송시대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이 편찬한 중국의 역사서이다. 전국시대인 주나라 위열왕 23년(BC 403)부터 오대 후주 세종 현덕 6년(959)까지 수록되어 있으며, 모두 29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에서도 널리 읽혔던 역사서로써 내용이 방대한 탓에 쉽게 이용하고자, 중국의 인명, 지명, 고사에 대한 주석을 달아 세종 18년(1436)에 초주갑인자를 사용하여 전 294권 100책으로 인쇄하였다.

이 ‘자치통감’권271-274의 1책은 바로 이 때 인쇄된 판본의 하나이며, 내용은 후량기(後梁紀) 6부터 후당기(後唐紀) 3에 해당한다. 전본이 매우 드물며, 표지를 포함하여 원형을 거의 유지하고 있으므로 보존상태 면에서도 가치가 높다.

현전하는 동일한 판본으로는 고려대,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박물관, 규장각, 서울역사박물관, 성암고서박물관, 성주 회연서원, 고양 원각사, 화봉문고 등 모두 25책 정도가 전한다.

이 중에서 국가문화재(보물)로 지정된 것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권236~238의 3권1책(보물 제1281-1호), 서울역사박물관 소장의 권131~135, 246~250의 10권2책(보물 제1281-2호), 고양 원각사 소장의 권193~195의 3권1책(보물 제1281-3호), 울산박물관 소장의 권226~229의 4권1책(보물 제1281-4호) 등 20권5책이다.

이에 서울시는 ‘자치통감 권271-274’에 대해 문화재청에 국가문화재(보물)로 지난 4일(금) 지정 신청했다.

◇우리나라 고승인 함허 기화가 주석한 간본 중 유일하게 현전하는 경판

이번에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되는 흥천사의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판은 전 3권 60판(2판 결판)으로, 무학 자초(無學 自超1327∼1405)를 이은 선가(禪家)였으며, 조선전기 유불도의 삼교일치 사상이 그로부터 시작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함허당(涵虛堂) 기화(己和, 1376~1433)의 주석본이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은 당나라 때 북인도의 승려인 불타다라(佛陀多羅)가 한문으로 번역한 경전으로, ‘대방광원각경’, ‘원각수다라요의경’, ‘원각요의경’, ‘원각경’ 등으로 약칭한다.

이 경판은 왕실과 신도들의 지원으로 고종 19년(1882) 8월에 감로사(甘露社)에서 간행한 목판이다. 이 경의 인본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등에 소장되어 있으나 현전본은 드문 편이다.

경판의 내용은 원각묘심(圓覺妙心)을 깨닫기 위한 수행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구성은 권상에는 문수장(文殊章), 보현장(普賢章), 혜안장(普眼章) 등 3장, 권중에는 금강장장(金剛藏章)‚ 미륵장(彌勒章)‚ 청정혜장(淸淨慧章)‚ 위덕자재장(威德自在章)‚ 변음장(辨音章) 등 5장, 권하에는 정업장(淨業章)‚ 보각장(普覺章)‚ 원각장(圓覺章), 현선수장(賢善首章) 등 4장이 편성되어 있다.

경판은 전 62판 중에서 권상 23판, 권중 23판, 권하 14판 등 모두 60판이 전한다. 원래 간행된 목판 중에서 권상 제3-4장의 1판과 권중 제1-2장의 1판 등 2판이 결판이고, 권상의 마지막 장인 제45판과 권중의 마지막 장인 제49판이 단면 판각인 것을 제외하고는 양면에 판각되어 있다. 또한 권상의 제37장과 제38장의 후면에는 각각 제첨, 간행사실과 시주자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마구리의 좌우 측면의 윗부분에는 ‘圓經’이라는 축약 경명과 권수, 아래에는 장수를 음각으로 표시해 놓았다.

흥천사 소장의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경판은 1882년(고종 19) 8월에 간행된 것으로, 2장의 결판이 있으나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우리나라 고승인 함허 기화가 주석한 간본 중에서 현전하는 경판으로는 유일하여 희소성면에서 가치가 있다.

또한 19세기 사찰간행의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므로 서울시 유형 문화재로 9일(수) 지정 예고한다.

◇19세기 후반 석조미술사 연구에 학술적 가치가 있는 마애사리탑

문화재자료로 지정 예고되는 천축사 마애사리탑은 사각형 몸체에 윗부분만 반원형을 그리고 탑 하부에 사각형 사리공을 마련하여 봉안물을 넣었던 것으로, 조선 후기 전형적인 마애비 형태를 따르고 있다.

도봉구 도봉산 만장봉(萬丈峰) 동쪽 기슭에 자리한 천축사(天竺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직할사찰로, 673년에 의상(義湘)이 옥천암(玉泉庵)으로 창건하고, 1398년과 1470년에 왕명으로 중창하였다. 1812년에 경학이 사찰을 중창하는 등 근대까지 활발하게 사찰이 운영되었다.

천축사로 올라가는 일주문 뒤쪽 암벽에 마애사리탑 2기가 새겨져 있다. 암벽 남향에 마련되어 있는 사리탑은 사리를 넣었던 감실 위에 음각으로 “청신녀정월 영주봉안탑 정축사월일(淸信女淨月 靈珠奉安塔 丁丑四月日)”이라고 새겨져 있어, 여성 재가자인 정월(淨月)의 사리를 봉안한 조형물임을 알 수 있다.

건립 시기는 정축사월(丁丑四月)로 연호가 없어 명확하지 않지만, ‘정월’은 1858년에 조성된 천축사 비로자나삼신괘불도에 적힌 “인권시주 신녀계축생박씨청정월단신(引勸施主 信女癸丑生朴氏淸淨月單身)”으로 보아 19세기 중반 천축사 불사에 관련된 인물이다.

암벽의 동향에 위치한 사리탑은 “신녀○영영주탑 임오팔월(信女○英靈珠塔 壬午八月)」”이라고 새겨져 있으며 명문에 적힌 ‘○영’이 누구인지 문헌에 남아있지 않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으나, 마애사리탑의 형태나 치석 수법 등이 ‘청신녀정월 마애사리탑’과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아 임오년을 1882년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천축사 마애사리탑 2기는 명문을 통하여 주인공과 건립연대를 추정해 볼 수 있는 유적으로, 19세기 후반 석조미술사 연구에 학술적 가치가 있는 자료로 판단되어 서울시 문화재자료로 9일 지정 예고한다.

강희은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장은 “이번 문화재 지정으로 서울시에 소재한 다양한 문화재의 가치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앞으로 서울시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유물들을 꾸준히 발굴하여, 제도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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