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당의 운명을 결정할 투표" 당원들에 참여 호소
반대파 "안철수 불필요한 고집, 조급한 성취욕" 맹비난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를 묻는 전(全)당원투표가 시작된 27일 찬반 양측으로 나뉘어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안철수 대표 측은 통합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표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 아래 통합 당위성을 설파하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하지만 전당원투표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는 반대파는 보이콧운동을 더욱 거세게 전개하며 안 대표 측과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국민의당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0분 현재 전체 선거인 약 26만명 가운데 1만5천269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6%에 육박하고 있다. 투표는 30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지난 8·27 전당대회의 최종 투표율은 24.26%였다.

통합파 진영에서는 투표율 추이가 예상보다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고 자평하면서도 아직 방심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안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흘간 최종 투표율은 10∼15%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10%만 넘겨도 유의미한 결과"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투표율이 높을수록 향후 합당 과정에서 반대파의 원심력을 차단하고 갈등 봉합이 쉬워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찬성파 원외 지역위원장들을 비롯한 조직력을 동원, 투표 독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 대표도 연일 TV·라디오 등 매체에 직접 나서고 있으며, 이날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통합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안 대표는 "오늘 당의 운명을 결정할 투표를 시작한다"며 "이번 투표에 적극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친안(친안철수)계 장진영 최고위원도 오전 회의에서 반대 진영을 이끄는 천정배·박지원·정동영 의원 3명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투표 중단을 요구한)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면 중진들도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호남 중진 대선배님들이 '합리적 진보'의 한 날개를 맡아주고, 바른정당이 '개혁적 보수'의 다른 날개를 맡으면 국민의당은 훨훨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남 중진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파 측에서는 투표 강행에 대한 절차적 문제 제기를 이어가며 안 대표를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혈액형이 다르고 정체성이 다른 빚더미 소수정당(바른정당)과 통합해야 명분도 실리도 없다"면서 "불필요한 고집은 국민과 당원들을 실망시킨다"고 안 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말없이 돌아와요. 사랑하고 있어요'라는 가수 남진의 노랫말을 인용하면서 안 대표가 '회군'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박주현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재신임 투표는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분열시킬 뿐"이라며 "투표 결과가 나오더라도 무효 소송에 들어갈 것이고, 당은 논란에 계속 휩싸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내 '중립파'로 분류되는 박주선 국회부의장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찬반 양쪽이 격렬한 운동을 하면 당은 사실상 쪼개지고 갈라져 분당 상태에 들어간다"며 "투표를 거부해 투표가 성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갈등을 봉합하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 대표의 조급한 성취욕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부의장은 "우선 당이 쪼개지고 갈라지는 것은 막자는 취지에서 (투표에) 반대하고 있다"며 "지금은 통합시점이 아니고,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에 진지한 당내논의를 거쳐서 통합절차를 밟자"고 제안했다.

반대파 모임인 '나쁜투표 거부운동본부'에 참여하는 유성엽·장병완·최경환·박주현·장정숙 의원 등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대표 측이 전당원투표에 이어 합당 의결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를 밀어붙일 경우 찬성파와 반대파가 물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통합 국면에서 갈등 조정 등 일정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손학규 상임고문은 이날 당내 초선의원들과 만찬회동을 하고 당의 진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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