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동안 축제 현장을 발로 뛴 박종부 총감독의 냉철한 분석과 뜨거운 멘토링

[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축제 현장에서 20여 년 동안 생활하며 잔뼈가 굵은 저자가 쓴 <박종부의 축제 현장 스케치>가 컬처플러스를 통해 출간됐다.

이 책은 전국에서 개최되는 크고 작은 90여개의 축제들을 분석하고 발전방안을 제시한 멘토링북이다.

저자는 용인대에서 태권도를 전공한 후 1986년 최연소 서울시 태권도 심판위원과 1988년 최연소 대한태권도협회 상임 심판으로 활동했으며, 체육대회 행사를 대행해 오다 1995년 서울의 신촌문화축제를 필두로 축제전문 업종으로 길을 잡는다.

저자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한 해에만 150여개의 관공서와 축제 현장을 순회하다시피 방문해 오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대한민국 축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축제 분석 자료를 만들 수 있었다. 덤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축제를 성공작으로 만드는 최고의 총감독이라는 프로필도 얻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축제 현장을 직접 진두지휘하거나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꺼내 놓는다. 가끔은 축제 현장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기도 하지만 축제 관계자들이 잘못된 길을 반복해 걷지 않도록 안내하는 따뜻한 애정이 묻어난다.

우선 저자는 자신이 총감독한 문경전통찻사발축제와 무주반딧불축제 등 두 개의 축제에 대한 경험담을 털어놓고 있다.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총감독을 했으며 무주반딧불축제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2001년과 2007년을 제외한 7년 동안 총감독을 맡아 성공작으로 만들어 놓은 축제다.

문경찻사발축제는 도예인의 축제이고 시민들의 축제가 아니라는 말이 나올 만큼 축제의 근본적인 속성인 ‘일탈’이란 측면에서 부족하지만 지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또한 무주반딧불축제는 한 자릿수였던 예산이 2017년 들어 15억8500만원으로 늘어나는 등 대한민국 최고의 축제로 자리를 잡았는데 정작 축제 운영시스템이 변화하지 못해 더 큰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저자는 이와 마찬가지로 보령머드축제, 논산강경젓갈축제, 하동야생차문화축제(전 최우수축제) 등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축제 15곳과 신촌문화축제, 칠곡낙동강세계평화문화축제, 성주생명문화축제 등 지역축제 11곳 등 자신이 직접 총감독한 전국의 26곳 축제 현장에 대한 스토리와 함께 발전방안을 제시한다.

이처럼 <박종부의 축제 현장 스케치>는 마치 ‘대한민국 축제사’를 보는 듯하다. 자신이 직접 총감독한 문화관광축제 외에도 진주남강유등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김제지평선축제 등 전국 60개의 축제에 대한 현장 스케치를 소개하며 발전 방안을 멘토링 한다.

저자는 대한민국에서 주목해볼 만한 지자체 대표 축제로 이태원 지구촌 축제, 강릉단오제, 임실N치즈축제를 손꼽는다.

이 밖에도 서초 서리풀 페스티벌, 동대문 세계거리춤축제, 마포나루 새우젓축제, 강동선사문화축제, 남양주 다산문화제, 철원화강 다슬기축제, 계룡 군(軍)문화축제, 청양고추축제, 군산시간여행축제, 진안홍삼축제, 장수 한우랑 사과랑 축제, 부안마실축제, 여수거북선축제, 영천 보현산 별빛축제, 경산자인단오제, 예천세계활축제, 의령의날 기념축제 등이 나름대로 열정이 있는 축제라며 애정 어린 기대감을 표명한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축제 발전을 위해 45개의 코멘트를 던진다. 이들 코멘트를 관통하는 주장은 우리나라 축제가 지역 경제를 살리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되려면 이벤트성 축제에서 관광산업형 축제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공무원을 비롯한 축제 관계자의 마인드와 열정, 축제 시스템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오랫동안 축제 현장을 돌아다닌 결과 공식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축제를 담당하는 분들이 열정으로 똘똘 뭉쳐진 축제는 대부분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년도 축제를 답습하는 데 급급하거나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축제가 방향성을 잃거나 쇠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축제는 담당자들의 마인드와 열정에 따라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벤트성 축제와 관광산업형 축제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해야 하고 축제가 전년도의 축제를 답습하는 안일함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담당 공무원이 일에 적응할만하면 다른 부서로 옮기는 공직사회의 보직순환제 역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저자가 대한민국 축제가 관광산업형 축제로 발전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방점을 찍는 부분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총감독제 선임이다. 그 이유는 공정경쟁이라는 이유로 실시되는 입찰제도가 지닌 현실과의 괴리 때문이다.

입찰 방식에 따라 대행사를 선정해 축제가 진행될 경우 축제 예산의 효율화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역에 노하우가 쌓이지 않아 자립과 지속 경영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관광산업형 축제는 일회성이나 단발성으로 개최되는 이벤트성 축제와 달리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축제 총감독을 통해 지역민과 관련 단체, 공무원들이 합심해 축제를 만들어나갈 때 자생력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굳이 입찰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총감독제 아래에서 분리 입찰을 통해 전문화된 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축제 총감독은 예술감독이 아닌 그야말로 축제의 기본계획부터 예산계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를 소화해낼 수 있는 오랜 경력과 노하우가 있는 축제 전문 감독이 맡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축제 현장에서 겪었던 저자 개인적인 경험담들도 긴 여운을 남긴다. 서대문구에 주최한 신촌문화축제가 협찬이 어려워 저자가 직접 2억 원의 돈을 대고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그런데 이후에도 ‘공짜’로 축제를 해주길 원해서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는 씁쓸하게 한다. 또한 축제 기간에 피곤한 몸으로 25인승의 버스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 퉁퉁 부은 발을 운전대에 올려놓은 채 핸들을 잡아 축제 약속 장소에 갔다는 이야기는 저자의 축제에 대한 열정을 들여다보게 한다.

저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축제에 총감독제도를 도입해 정착시켰으며 무주반딧불축제, 문경찻사발축제, 보령머드축제, 강경젓갈축제, 충주세계무술축제 등의 300여 축제를 총감독했다. 이론과 현장에 대한 균형적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에서 관광학 석사, 안양대학교 관광경영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현재 축제에 대한 연구, 개발, 평가,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JB축제연구소와 함께, 프로모션·스포츠·MICE·전시 회사 ㈜제이비 컴즈, 음반·공연 에이전시 매니지먼트 회사 ㈜제이비 엔텀을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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