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학회, 환자 386명 설문조사 결과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폐암은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우울·두려움·슬픔·걱정과 같은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에 더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폐암학회는 지난 9월 전국 7개 대학병원에서 폐암 환자 386명(남성 270명·여성 1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폐암 환자의 디스트레스' 설문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디스트레스는 암 환자가 겪는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포괄하는 용어로 암 환자 삶의 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먼저 폐암학회는 폐암 환자의 디스트레스를 10점 척도로 조사했다. 그 결과, 의료진 상담이 필요할 정도(4점 이상)로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54.4%였다.

4점 이상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비율을 성별로 보면 여성(56.1%)이 남성(53.6%)보다 더 높았다.

세부 분석에서도 비슷한 동향이 관찰됐다. 우울감(여성 37.1%·남성 24.4%), 두려움(여성 45.7%·남성 27.8%), 슬픔(여성 37.1%·남성 23.7%), 걱정(여성 61.2%·남성 49.8%) 등 정서와 관련한 모든 항목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신체적 고통의 경우 소화불량(여성 39.7%·남성 21.9%), 코 건조 및 코막힘(여성 28.1%·남성 13.7%), 피부 건조 및 가려움(여성 37.1%·남성 26.3%), 손발 저림(여성 40.5%·남성 28.1%) 등으로 대부분 여성이 더 큰 고통을 호소했지만, 성생활(여성 2.6%·남성 9.6%)에 대한 디스트레스는 남성이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류정선 폐암학회 홍보위원장(인하대병원)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폐암 환자 2명 중 1명 이상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특히 여성 환자가 더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의료진과 주변인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도 이상의 불안감 또는 우울증을 가진 폐암 환자 중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겠다는 뜻을 밝힌 사람은 고작 33%에 불과했다.

안희경 폐암학회 홍보위원(가천대길병원)은 "사회적 인식 때문에 폐암 환자 대부분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폐암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치유해 삶의 질을 개선하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적극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폐암학회는 오는 24일 잠실 롯데호텔에서 '여성 폐암, 당당하게 이겨내자'를 주제로 폐암의 날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 여성 폐암, 무엇이 다른가? ▲ 여성 폐암 당당하게 이겨내기 ▲ 항암치료 부작용 관리하기 등이 구성된 이번 행사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계영 폐암학회 이사장(건국대병원)은 "'폐암'이라고 하면 흔히 흡연을 연상하지만, 최근에는 가족력·미세먼지 등 다른 요인으로 비흡연자에게서도 폐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폐암 환자의 말 못 할 고통을 함께 나누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번 행사에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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