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득점·7실점'으로 2연패 수모…사라진 해외파 프리미엄
사령탑의 전술 구상과 용병술도 '낙제점'

(빌/비엔<스위스>=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K리그 선수들이 빠진 '반쪽짜리 전력'으로 유럽 원정 2연전에 나선 축구대표팀이 포지션 불균형으로 '변칙 작전'에 승부수를 걸었지만 과정도 결과도 모두 놓치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지난 9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유럽 원정 평가전에 나선 신태용호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치른 내년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2-4로 완패한 데 이어 10일 스위스 빌/비엔에서 맞붙은 1.5군 전력의 모로코에도 1-3으로 참패하며 팬들에게 큰 실망만 안겨줬다.

원정 평가전 실패는 대표팀 소집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월드컵 최종예선 과정에서 조기소집에 협조한 K리그 팀들에 대한 배려로 대표선수 23명 전원을 해외파로만 꾸린 신태용호는 '포지션 부족'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떠안았다.

신태용 감독은 4-2-3-1 전술을 플랜A로 내세워 월드컵 최종예선 9~10차전을 치렀지만 해외파로만 선수단을 꾸리다 보니 풀백 자원 부족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변형 스리백' 전술로 두 차례 원정 평가전을 치렀다.

수비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만 뛰었던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에게 수비부담이 큰 오른쪽 윙백 포지션을 줬고, 대표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맡아온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무릎 부상에서 회복해 평가전에 복귀했지만 경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를 맡은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파괴력 없는 움직임과 허술한 결정력으로 상대 수비진에 위협을 주지 못했다.

더불어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전 준비에만 초점을 맞춰 원정 2연전에 나선 것도 패착이었다.

두 번째 평가전 상대가 튀니지에서 모로코로 바뀌는 통에 상대 전력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맞춤형 전술을 마련하지 못해 참패를 자초했다.

결국 러시아 월드컵에 대비한 로드맵의 출발점으로 잡은 이번 원정 2연전에서 대표팀은 '전술 및 용병술 실패·자신감 추락'이라는 씁쓸한 결과물만 얻었다.

다만 대표팀 '무혈입성'의 프리미엄을 얻었던 해외파 선수들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K리그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됐다는 점은 대표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믿을 만한 스트라이커 자원의 부재 확인 = 신태용 감독은 유럽 원정 2연전을 앞두고 대표팀 명단을 꾸리면서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원으로 황의조와 지동원을 뽑았다.

그나마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황희찬(잘츠부르크)이 허벅지 부상으로 제외되자 신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이번 시즌 정규리그 출전이 전무한 지동원과 지난 여름 일본 J리그로 이적한 황의조에게 기회를 줬다. 결과는 역시 실패였다.

황의조는 러시아전에 선발로 나서고 모로코전에는 교체로 출전했지만 공격포인트를 따내지 못했다. 눈에 띄는 슈팅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러시아전에 후반 교체로 나선 지동원이 득점포를 터트리긴 했지만 이미 전세가 크게 기울어 러시아 수비진의 집중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나온 득점이라 높은 평가를 받기에는 부족했다. 소속팀 경기를 나서지 못해 실점 경기감각이 떨어진 터라 지동원은 모로코전 선발 출전에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 세트피스도 패턴 플레이도 낙제점 = 대표팀은 두 차례 평가전에서 3골을 넣었다. 그나마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에서 '무득점 무승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다행스러운 결과다. 하지만 내용은 좋지 못했다.

3골 가운데 한 골은 수비수 권경원(톈진 취안젠)이 넣었다. 공격수 득점은 지동원과 손흥민(토트넘)뿐이었다. 손흥민의 득점은 페널티킥이어서 사실상 공격수의 득점은 지동원이 유일했다. 결국 어렵게 득점하고 쉽게 실점하는 대표팀의 최대 약점을 또 한 번 확인하는 평가전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와 모로코전을 앞두고 다양한 방식의 코너킥 훈련에 집중했지만, 실전에서는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다. 프리킥 상황 역시 득점과는 무관했다.

그나마 선수들이 이번 평가전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면'으로 꼽은 패턴 플레이 역시 정교함과 결정력 부족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기대에 못미쳤다.

◇ '변형 스리백'이 최선이었을까 = 신 감독이 선택한 변형 스리백 전술도 도마 위에 올랐다.

풀백 자원 부족이라는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스리백 전술이었지만 선수들의 전술 수행 능력이 떨어지고, 자기 몸에 맞지 않은 포지션에 배치된 선수들의 부담감만 커지면서 스스로 침몰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결국 모로코전에서는 전반 28분 만에 선발로 나선 김보경(가시와 레이솔), 김기희(상하이 선화), 남태희(알두하일)을 조기에 교체하고 포백 전술로 전환하면서 사령탑 스스로 전술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됐다.

러시아전부터 윙백으로 변신한 이청용은 2도움으로 활약했지만 모로코전에서는 경기 도중 표백전술로 바뀌면서 수비부담이 큰 풀백 역할로 전환돼 오히려 모로코 측면 공격의 집중 타깃이 되는 황당한 상황까지 경험해야 했다.

평가전인 만큼 다양한 전술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수 있었지만 정교하지 못한 전술은 선수들의 '역할 혼란'만 가중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맥빠진 경기가 되고 말았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