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홍준표·안상수도 대상…조국·박지원 등 다양한 인사 포함
검찰, 원세훈 전 원장 등 국고손실 외에 횡령·배임 혐의 추가할 듯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파헤치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대상·범위도 덩달아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전까지 수사 의뢰된 내용은 주로 과거 국정원이 '적군'과 '아군'을 확실히 구분해 적대적 관계라고 판단되는 이들을 선별적으로 겨냥해 '블랙리스트'나 '제압 문건' 등을 만들어 공격했다면, 이번에 드러난 부분은 외연을 넓혀 여야 구분 없이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경우 전방위·무차별적 공격에 나섰다는 점에서 차이가 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언행을 했다면 정치적 진영과는 무관하게 여론 공작을 펼쳤고, 이를 위해 횡령·배임 등 혐의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공개됐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25일 적폐청산 TF로부터 원세훈 전 원장 재임 시절의 '정치인·교수 등 MB정부 비판세력 제압활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TF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의 여론조작 활동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총선·대선을 거치며 정치적 인물이나 선거와 관련한 공격으로 심화했다.

2010∼2011년 박지원 의원, 송영길 당시 인천시장,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조국 서울대 교수(현 민정수석) 등이 주요 표적이 됐다.

심리전단은 특히 넓게는 같은 정치적 진영으로 분류되더라도 당시 정권에 비판적인 의견을 표출하면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2009년에는 보수논객으로 분류된 이상돈 교수가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을 하자 좌파 교수로 규정하고 온라인에 비판의 글을 게재하거나 보수단체의 비판 기자회견을 유도했다.

2011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던 홍준표 대표, 안상수 대표, 정두언 의원, 원희룡 의원, 권영세 의원 등을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게재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손학규·정동영·천정배·최문순·유시민·장하준·윤창중 씨 등 다양한 인사들을 겨냥한 전방위적인 비판 활동이 전개됐다.

국정원은 여론조작에 보수 매체나 단체를 동원하기도 했다.

TF의 조사 결과 국정원 지휘부는 우파 논객 변희재씨가 2009년 2월 창간한 '미디어워치'의 재원 마련을 도왔다.

특히 경제 및 기관 담당 수집관들을 통해 전경련, 삼성 등 26개 민간기업과 한전 등 10개 공공기관에 미디어워치의 광고 지원을 요청했고, 그 결과 미디어워치는 2009년 4부터 2013년 2월까지 4억여원의 광고비를 따낸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은 또 주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보수단체에 비용을 지원해 중앙 일간지에 시국광고를 내도록 도왔다. 2010년 11∼12월에만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5개 신문사에 시국광고를 게재해 5천600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양상으로 국정원이 여론조작 활동을 벌인 사실까지 확인됨에 따라 검찰 수사를 받는 원세훈 전 원장 등에도 새로운 범죄 혐의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국정원 TF가 최근 밝혀낸 의혹 사건은 기존의 '댓글 사건'과 별개 범죄로 보고 수사 중이다.

추가 기소할 혐의로는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이 거론된다.

국정원 TF는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도 원 전 원장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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