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이명호 기자 = 소비자가 평가하는 국산차의 가장 큰 약점은 ‘안전성’이다. 자동차 가격, 연비, 디자인 등 소비자가 중요시하는 특성이 여럿 있다. 그러나 수입차와의 비교에서 항상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안전성이다. 안전성에서도 중요한 것은 일반적 주행 상황에서의 안정감이 아니라, 특수한 상황에서 상해나 위험을 얼마나 줄여줄지에 대한 믿음이다. 소비자가 느끼는 국산차의 안전성에 대한 믿음은 수입차에 비해 크게 미흡했으며 그 근원은 에어백이다.

자동차의 대표적인 사용자 보호장치인 안전벨트와 에어백에 대해 운전자(1,329명)에게 ‘귀하 차의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사고로 인한 상해/사망과 같은 위험을 얼마나 줄여줄 것으로 보는지’ 물었다. 그 결과 국산차 보유자의 경우 ‘크게 줄여줄 것’이라는 답은 안전벨트 77%, 에어백 59%로 나타났다[표1]. 반면 수입차 보유자들은 ‘크게 줄여줄 것’이 안전벨트 96%, 에어백 92%로 각각 19%p와 33%p 높았다. 이는 국산차의 ‘크게 + 약간’의 크기(각각 98%, 94%)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결과는 ▲수입차 보유자의 안전장구에 대한 신뢰가 국산차보다 크며 ▲수입차는 안전벨트와 에어백에 별 차이가 없고, ▲국산차는 안전벨트에 대한 신뢰가 에어백 보다 훨씬 더 큼을 알 수 있다. 즉, 국산차는 안전벨트와 에어백 모두에 대해 의구심이 있지만, 에어백이 더 큰 문제임을 보여준다.

‘귀하의 차에 장착되어 있는 에어백이 사고 시 작동할 것’으로 믿는지 물었다. 그 결과 국산차 보유자는 25%만이 ‘틀림없이 작동할 것’으로 본 반면 수입차는 70%에 달했다[그림1]. 국산차 보유자는 4명 중 1명 만이 에어백을 신뢰했고, 과반수(54%)는 ‘아마 작동할 것’으로 희망적인 전망을 하고 있었다. 이외 16%는 ‘알 수 없다’, 5%는 ‘아마 비작동’으로 답해 소수만이 에어백을 믿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수입차는 99%가 ‘틀림없이(70%)’ 또는 ‘아마 작동할 것(29%)’으로 답해 에어백에 대한 신뢰가 상당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소비자는 사실 에어백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45%는 자신의 차 안에 에어백이 몇 개 장착되어 있는지, 54%는 어떤 형태(예; SRS 등)의 에어백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에어백의 수나 형태와 관계없이 유사시에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현대차는 ‘현대차가 말한다’는 공식 블로그를 만들고 ‘오해와 진실’이라는 섹션을 열었다. ‘진실’을 밝혀 소비자의 ‘오해’를 풀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이 블로그에서 지금까지 다룬 6개의 주제 중 2개가 에어백에 대한 것이고, 최근의 것이 ‘현대차 에어백은 잘 안터진다?’였다. 현대차도 소비자가 에어백을 불신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오해를 받으면 억울하다. 현대차는 2012년 소비자원 자료를 인용해 국산 타사나 수입차 에어백에 비해 우수한데 안타깝게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본 조사에 나타난 현대·기아차 보유자의 에어백이 전개될 것이라는 신뢰율은 23%로 국내 경쟁사들(31%) 보다 낮다. 안타까워할 것은 국내 경쟁사보다 8%p 낮게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수입차 70%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어야 한다. 더 애석한 것은 소비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다루어 왔길래 우수한 제품이 이런 불신을 받도록 만들었는가이다.

그러나 진짜 억울한 것은 소비자다. 신뢰가 가지 않는 에어백을 비싼 돈 주고 무조건 구입해야 하고, 유사시에는 ‘아마 작동해,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담보로 차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터지지 않은 에어백에 대한 자동차 회사의 믿기지 않는 해명을 보고, 내겐 저런 일이 없기만을 바라야 하는 소비자다.

이들이 수입차 에어백의 70% 신뢰율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참고: ‘컨슈머인사이트’연례 자동차 기획조사 개요
본 내용은 ‘컨슈머인사이트’가 2001년부터 매년 7월에 실시한 자동차 연례기획조사(Syndicated Study)에서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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