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유례없이 긴 추석 황금연휴를 앞두고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연휴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여행객이 예상된다지만, 남들처럼 쉬지 못하거나 쉬어도 마음이 편치 않은 이들도 많다.

경기회복세의 온기가 가계까지 퍼지지 않고 장바구니 물가는 끝없이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 달은 차오르는데 추락하는 소득

서민경기가 썰렁한 것은 가계의 지갑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명목소득 증가 속도가 빠르지 않은 가운데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보다 0.6% 감소했다.

실질 GNI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지난해 3분기(-0.4%) 이후 3분기 만에 처음이다. 감소 폭은 2010년 4분기(-1.7%) 이후 가장 크다.

가계 소득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2분기 전국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가계소득(명목)은 434만원6천원으로 1년 전보다 0.9% 늘었다.

가계소득은 2015년 3분기부터 8분기 연속 0%대 증가율에 머물러 있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는 셈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가계소득은 뒷걸음치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질 가계소득은 월평균 423만1천827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0% 줄었다. 7분기 연속 감소세다.

22년차 월급쟁이 이 모 씨(47)는 "최근 몇 년 동안 지갑 두께는 더 얇아지는 것 같고 지갑에서 돈 빠져나가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고 말했다.

소득이 뒷걸음치면서 소비심리는 더 가라앉고 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9로 전월보다 1.3 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지심리지수가 하락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은 각각 1.0%, 1.6% 하락했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카드 국내승인액은 0.3% 증가해 올해 들어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 밥상물가 급등…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 OECD 5위

최근 물가 상승세는 서민들의 근심을 더 키우고 있다.

서민들의 실생활과 관련이 깊은 식품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6% 올랐다. 5년4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달 신선식품 지수는 18.3% 상승, 6년6개월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신선채소와 신선과실이 나란히 작년보다 22.8% 상승했다.

최근 식품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은 폭염과 폭우 등에 따른 채소가격 상승이다.

다른 국가에서도 기상 이변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나라 식품 물가 상승률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다.

통계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7월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는 작년 7월보다 5.6% 올랐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1.7%)의 3.3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전체 OECD 국가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비싼 품목이 많다. 평년은 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간(올해 제외) 해당 기간에 대한 최고 값과 최소 값을 제외한 3년 평균값을 의미한다.

감자와 배추는 평년보다 도매가격이 각각 74.7%, 51.9% 높은 수준이다. 건고추(65.2%), 당근(30.5%), 양배추(64.6%) 등도 평년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

쇠고기(10.9%), 돼지고기(22.7%) 도매가도 평년보다 비싸다.

지난 여름 가격이 폭등한 청상추와 시금치는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각각 전월 대비 61% 정도 하락했다.

살충제 계란 사태 영향으로 닭고기와 계란도 전월 대비 30% 이상 도매가가 하락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추구하고 있고 식품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가계 소득과 소비 여건이 나아질 수 있지만, 당장은 식품 등을 중심으로 명절을 앞두고 생활물가가 많이 올라 가계에 부담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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