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5번째 통화…文대통령 "미사일 日상공 통과는 이웃국가에 대한 폭거"
양 정상 "北 스스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더 효과적인 유엔결의안 추진"
靑관계자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조율 중"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도발을 거듭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압력을 극한까지 높여 북한 스스로 먼저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시작해 25분간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양국이 위기에 대해 유례없는 공조를 이루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아베 총리와 통화한 것은 5월 11일, 5월 30일, 8월 7일과 25일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양 정상이 대북 압박을 극한까지 높여가기로 한 것은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도발에 이어 전날 일본 상공을 통과시킨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역내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만큼 당분간 대화보다는 지금과는 다른 고강도의 압박과 제재에 초점이 맞춰질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일본 상공을 통과한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도발을 넘어 이웃 국가에 대한 폭거"라며 "한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즉각 소집해 북한 도발을 강력히 규탄했고 전투기 4대를 출격시켜 강력한 포탄 8발을 투하하는 무력시위를 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강도 대응이었다"고 아베 총리에게 설명했다고 박 대변인은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도 최근 '지금은 제재와 압박을 높여야 할 때'라고 여러 번 말했다"며 "우리가 북한에 제의한 대화는 우발적 군사충돌을 막는 핫라인 복원을 위한 군사당국자 회담 등으로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북한이 직접 (목표 지점을 향해) 쏘는 것만 남은 상황 아닌가"라면서 "현재의 긴장 상황에 양국 정상이 유엔 등 국제사회와 대응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양국 정상의 통화가 한·미·일간 공조를 더욱 공고하게 하고 원유공급 제한 등 대북 제재 강화에 필요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 대변인은 "양 정상은 유엔 안보리가 유례없이 신속히 소집되고 그 첫날 의장성명이 채택된 것은 한·미·일의 긴밀한 공조 결과라고 평가하고, 보다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대북 대책이 담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추진할 것과 이 과정에서 한·미·일이 논의를 주도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도발로 일본 국민이 느낄 불안과 위협에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며 "양 정상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즉각적으로 연락하며 공동대응방안 논의하기로 하고 9월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나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통화는 아베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한편, 사태 심각성에 따라 한미 정상 간 통화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 간 통화가 늦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들의 의견에 "정상 간 전화통화를 하는 게 긴밀함을 측정하는 척도가 되는 거 같은데 모든 순간, 모든 내용을 (미국과) 공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전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 이 관계자는 "위기관리센터가 밤샘 대기상태였고 오전 5시 57분에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 국가안보실 1차장과 안보실장이 대기하고 있었다"며 "(미국과 공조해) 모든 조치가 준비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도 미사일이 날아가는 동안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듯 안보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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