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향후 북미협상 진행되면 남측을 인질로 삼겠다는 의도"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북한이 26일 동해 상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수발 발사하며 한 달 만에 도발을 재개하는 동시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서해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겨냥한 가상 점령훈련을 실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이날 오전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수발 발사했다.

지난달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이후 한 달 만의 추가 도발이었다.

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57돌이 되는 선군절(8월25일)을 맞으며 섬 점령을 위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들의 대상물 타격경기가 진행되었다"면서 우리 영토인 서해5도 가운데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대한 점령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우선 북한의 잇따른 도발적 행동은 반환점을 돌아선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8.21∼31)에 반발하는 차원은 물론 한반도 정세에 대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괌 미군기지에 대한 '포위사격' 위협으로 한반도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던 북한은 지난 14일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행태를 지켜볼 것이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선 뒤 특별한 도발 없이 '관망' 양상을 보여 왔다.

일단 북한이 선군절을 계기로 도발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미국의 의도에 순순히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이날 개인 논평을 통해 "조선(한)반도 정세는 사소한 군사적 충돌이나 우발사고도 전면전쟁으로 번져질 수 있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초긴장 상태에 처해 있다"면서 현 정세를 수수방관하지 않겠다고 밝힌 대목에서도 북한의 이 같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더불어 관심을 끄는 대목은 26일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같은 날 공개된 백령도 등의 가상 점령 훈련에 다분히 남한을 겨냥한 측면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이날 노동신문은 북한이 '한반도 화약고'에 해당하는 서해 5도 상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면서 가상 점령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고,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하여야 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전했다.

또 노동신문이 26일 개인 명의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 "미국이 고삐를 쥐고 있는 북침 핵전쟁 마차를 함께 몰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명백한 대남 메시지였다.

도발의 수위를 조절함으로써 핵보유국 인정을 받기 위한 향후 대미 협상의 '판'은 깨지 않되, 한국을 압박해 자신들이 원하는 대화의 판을 만드는데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섬 점령훈련 목표와 발사체 사거리 등을 감안하면 다분히 남측을 겨냥한 도발"이라면서 "향후 북미협상이 진행되면 남측을 인질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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