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들 전력에서 이탈했을 때 맹활약으로 공백 메워
최주환에 밀린 오재원, '3위→2위' 끝내기 안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제어 장치가 풀린 것처럼 무섭게 질주하던 두산 베어스가 마침내 2위 자리까지 빼앗았다.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에서 2-1의 역전승을 거두면서다.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에서 2년 연속 우승해 '명장' 반열에 오른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전반기 막판 5위로 떨어졌을 때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그는 "(주전) 선수들이 돌아와 완전체가 되면 반등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두산은 올 시즌 유독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많았다.

김 감독의 발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주연들이 전력에서 이탈했을 때 투입된 조연들이 훌륭하게 제역할을 해내 공백을 거의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포수 양의지와 우익수 민병헌은 국가대표 선수다.

이들은 6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상대 투수(박세웅)가 던진 공에 손가락뼈가 미세하게 부러져 재활에 들어갔다.

긴급 투입된 포수 박세혁과 외야수 정진호는 맹활약으로 순위 상승에 큰 힘을 보탰다.

양의지와 민병헌이 1군에 복귀하면서 이제 두산은 든든한 백업 멤버 박세혁, 정진호까지 갖춘 채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2루수 최주환과 오재원은 좀 묘한 관계다.

지난해까지는 말할 것도 없이 오재원이 주전, 최주환이 백업이었다.

올해는 반대다. 최주환의 방망이가 불을 뿜고 오재원은 침묵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조연' 오재원은 팀을 3위에서 2위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날 NC전 9회말 2사 만루에서 끝내기 내야 안타를 친 주인공이 오재원이다.

유격수 김재호는 아직 무대 밖에 있다. 허리 통증으로 7월 30일 재활 군으로 내려가 있는 상태다.

빈자리는 류지혁이 메웠다.

김 감독은 올 시즌 개막 전 "류지혁이 더 성장해 주전들에게 휴식이 필요할 때 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령탑의 이 희망은 마치 예언처럼 돼버렸다.

흔히 두산 베어스를 '화수분 야구'라고 표현한다.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처럼 끊임없이 재능 있는 선수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조연들의 활약에 힘입은 두산의 위에는 이제 KIA 타이거즈밖에 없다.

게임 차는 6경기다. 사실 KIA가 페넌트레이스 막판 무너지지 않는 이상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는 없다.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쳐 플레이오프로 직행한 뒤 한국시리즈에 진출, KIA를 꺾고 3연패를 달성하는 것이 두산이 그리는 시나리오다.

꿈이 실현됐을 때 조연들은 주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축하 무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