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경발언의 목적은 中겨냥한 '성동격서' 분석도 나와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는 미국과 북한의 무력공격 위협이 미국과 중국 간 경제 '전운(戰雲)'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은 11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에 대해 대북 경제제재를 철저히 이행하라는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런 견해를 소개했다.

북한을 겨냥해 실제로 군사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위협이 김정은 북한 정권뿐만 아니라 북핵 프로그램을 방관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CNBC는 북한이 갈수록 대범하고 교묘하게 틈새로 빠져나가는 기술을 찾아내면서 대북 경제제재가 아무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그 주요 원인을 중국의 소극적인 대북제재 탓으로 보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에 대한 불만을 거듭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중국과 교역을 하면서 매년 수백억 달러를 잃었다"면서 "그들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계속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북한을 둘러싼 현안을 두고 전화 통화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어떤 협상이 이뤄질지 공개되지 않았으나 중국에 대한 대북제재 압박이 한층 더 강하게 가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제재와 관련, 중국은 미국이 너무 큰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해왔다.

그러나 미국 매체들은 에너지, 은행, 현금, 노동력 등에서 중국이 강화할 수 있는 대북제재 분야가 있다고 자국 시각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북한산 석탄에 대한 수입중단 유지, 연료수출 중단, 중국은행들의 북한기업과 거래 중단, 북한기업과 은행 제재를 통한 돈줄 차단, 외화벌이 노동자 불허 등을 그 항목들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통해 대북제재와 관련, "지금 고려하고 있는 제재가 매우 강하고, 매우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아마도 그보다 강한 제재는 없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를 만족시킬 수준의 제재 강화를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CNN방송은 중국이 북핵 프로그램, 김정은 정권을 싫어하지만 북한 정권이 붕괴해 서울이 수도가 되는 통일한국을 더 기피한다고 그 까닭을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강경론자들은 기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의 광범위한 제재까지도 거론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북중 교역이 10% 증가한 사실을 지적하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발동을 요구하고 있다.

크리스 홀런 미국 상원의원은 "중국은 북한과 교역을 하든지 아니면 미국과 교역을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둘 다 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홀런(민주·메릴랜드) 의원은 지난달 팻 투미(공화·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과 함께 북한의 국제금융망 접근을 전면 차단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했다.

북한 금융기관과 직간접적으로 거래한 중국 등의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을 전면 차단하고 벌금을 물리도록 한다는 2차 제재를 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앙정보국(CIA) 고위직에 있었던 데이비드 코언은 "2차 제재를 부과하게 되면 김정은에게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금융 올가미는 김정은과 그의 권력 유지를 위해 중차대한 북한 엘리트들 사이에 틈을 벌리게 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옭아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 은행과 국유기업들에 대한 2차 제재는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초래할 위험성이 높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을 지낸 니콜라스 번스는 "백악관은 그런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 강력한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아직 외교를 담당할 국무부 등의 10여 개 핵심 보직조차 채우지 못한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 국가들과 폭넓은 연대를 구축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번스 전 차관은 "정말 외교가 필요한 시대"라면서 "그러나 주한 미국대사는 물론 동아시아 담당 차관보도 정식으로 임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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