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개발 핵심은 다이어트·운동·도전·신선함·사랑…사용하지않으면 잃는다"역설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금세기 최고 이론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뇌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신경과학자 매리언 다이아몬드 박사가 90세를 일기로 지난 25일 숨졌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그의 딸 앤 다이아몬드가 별세 사실을 확인해 줬으나 사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30일(현지시간) 전했다.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통합생물학 명예교수인 다이아몬드 박사는 수십 년간 캠퍼스에서 '해트 박스'(모자를 넣는 원통형의 가방)를 늘 지니고 다니는 여성으로 통했다.

겉면이 꽃 모양 장식으로 치장돼 파란색 끈이 달린 해트 박스 안에는 보존 처리된 인간의 뇌가 들어 있었다.

그것은 그가 반세기 학생들에게 뇌 과학에 대해 가르칠 때 꼭 필요한 소품이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뇌는 지구 상에서, 더 나아가 우주 전체에서 아마도 가장 복잡한 원형질 덩어리일 것"이라고 서술했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현대 신경과학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통한다.

그는 뇌의 '적응성'(plasticity)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한 과학자였다.

뇌의 적응성은 성인이 되더라도 뇌 스스로 발전하고 성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료 조지 브룩스는 성명을 통해 "그는 뇌 연구의 오랜 패러다임을 깨부순 인물"이라며 "그 패러다임은 뇌는 고정돼 있고 변화할 수 없으며 세월이 흐르면서 퇴보하는 독립체라는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1960년대 실험용 쥐의 뇌를 연구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비좁고 외진 곳에 있는 우리에서 혼자 자란 쥐는 넓은 우리에서 장난감이나 다른 쥐들과 함께 자란 쥐에 비해 미로를 찾는 데 한층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현미경을 통해 쥐의 뇌를 연구한 다이아몬드 박사는 넓은 우리에서 자란 쥐의 대뇌 피질이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쥐보다 6%는 더 두텁다는 것을 발견했다.

1964년 그가 다른 3명의 동료와 함께 공동명의로 발표한 연구는 인간이 유전자 또는 경험 때문에 인격이 형성되는지에 대한 오랜 논쟁을 끝내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 논쟁은 인격이 천성적으로 형성되는지, 아니면 양육을 통해 형성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유전자가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버클리대 심리학·신경과학 교수 로버트 나이트는 "뇌가 환경적 요인과 자극을 받으면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은 당시 멍청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이후에도 뇌 적응성에 대해 발전된 이론을 계속 제시했다.

그는 "(뇌를)사용하지 않으면 잃게 된다"고 주장하고 다녔다.

수많은 청중에게 나이에 상관없이 뇌 개발에 절대적인 5가지 요소를 소개했다.

그것은 다이어트를 비롯해 운동, 도전, 신선함(newness), 그리고 사랑이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1926년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영국 북부 출신 물리학자였고 어머니는 고전학자였다.

글렌데일 커뮤니티칼리지에 다녔던 그는 버클리에 진학해 해부학과 졸업 첫 여성이 된 뒤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80년대 아인슈타인 뇌 연구를 수행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아인슈타인의 뇌는 가족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병리학자 토머스 하비에 의해 사체에서 분리돼 보존돼왔다.

수십 년 후 아인슈타인 뇌를 연구하겠다며 뇌를 달라고 요청했고 마침내 1984년 뇌 조각들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그는 현미경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뇌에서 이상하리만치 많은 양의 '교질 세포'(glial cells)를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인간의 인지 과정에 절대적인 교질 세포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새삼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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