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2선후퇴에 운신폭 커져…당·정·청 '친문색채' 옅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하면서 표방한 '탕평인사'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권 만들기'의 산파역을 맡았던 친문(親文·친 문재인) 측근들이 잇따라 2선으로 후퇴하면서 계파와 지역, 노선을 아우르는 인사가 용이해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정권 초기 여권의 진용에 '탕평'과 '통합'의 색채가 뚜렷해질 것이라는 관망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으로서는 대선 경선 때부터 끊임없이 패권주의 논란을 야기해온 '친문 프레임'을 넘어설 수 있게 됨으로써 인사뿐만 아니라 정책과 대(對) 국회 관계 등 국정운영 전반에 자신감을 갖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16일 현 정부에서 어떤 공직도 맡지 않고 뉴질랜드로 떠나겠다고 선언한 것은 '측근 정치'의 퇴장을 알리는 상징적 사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친문 패권주의 논란이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판단한 최측근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2선 후퇴를 함으로써 문 대통령에게 운신의 폭을 크게 넓혀줬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비서관과 행정관으로 일했던 인사들도 다시 청와대에 들어갈 경우 당시 직급 이상의 자리를 맡지 않겠다는 구두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측근들의 2선 후퇴로 인해 '탕평인사'를 내걸었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미 청와대 참모 진용을 갖추면서 계파와 지역을 뛰어넘는 통합형 인사를 선보였다. 취임 첫날 호남 출신의 이낙연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 친문 측근이 아닌 임종석 비서실장을 임명하면서 "균형인사의 시작"이라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경선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 측 대변인을 맡았던 박수현 전 의원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한 것은 계파를 불문한 '파격 인사'로 볼 수 있다.

대통합·대탕평 원칙에 입각해 능력이 있는 인물을 적재적소에 쓰겠다는 문 대통령의 인사원칙이 그대로 투영됐다는 평가다.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하승창 사회혁신수석과 김수현 사회수석을 임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 대통령은 당초 양 전 비서관이 기용될 것으로 알려줬던 총무비서관에 정통 공무원인 이정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낙점하기도 했다.

앞으로 있을 조각 인선 과정에서도 이 같은 탕평과 통합이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탕평인사'와 함께 '협치행정'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진영을 뛰어넘는 과감한 발탁인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망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금주 중으로 이낙연 총리 후보자와 장관 인선문제를 협의에 착수하게 되면 조각에서도 정파와 지역을 불문한 인선이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 마무리되는 것과 맞물려 당·정·청 전반에 걸쳐 탕평과 통합의 진용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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