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5일 개최된 IASLC(국제폐암연구협회)의 제17회 폐암 국제 컨퍼런스(WCLC)에서 브라질, 말레이시아, 아일랜드, 호주, 우루과이의 공중보건 분야 권익보호자들이 담배 회사들이 전세계에 미치는 해악을 효과적으로 잠재웠던 다양한 전략들을 공개했다.

임상의와 공중보건 분야 권익보호자들은 연합전선을 구축해 권익보호 단체 구성, 공중보건 및 연금분야 개혁을 통해 담배를 공중보건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통제하려는 노력을 확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피터맥캘럼 암센터(Peter MacCallum Cancer Centre)에서 폐암 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브로닌 킹(Bronwyn King) 박사는 환자들의 상당수가 어린 시절부터 흡연을 시작해 현재의 상태에 이르게 된 것으로 나타나자 크게 낙담했다. 그러나 소속 병원이 운용하는 연기금이 바로 그 담배를 제조한 회사들에 투자해온 것을 알게 되면서 더더욱 놀라게 된다.

그녀는 “내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의무납입 연기금이 여러 담배회사에 투자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냥 가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킹 박사는 Tobacco Free Portfolios를 설립, 협업 노력을 통해 금융분야 리더들과 접촉, 담배 회사에 대한 투자 배제를 촉구했다. 알고 봤더니 금융권 고위 관계자들 역시 담배가 미치는 악영향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킹 박사는 “현재 호주 내 35곳의 연기금이 담배회사 투자를 배제하고 있으며 이는 호주 전체 연기금의 40%에 이르는 규모다. 또한 다른 연기금들도 속속 담배회사 투자 배제를 발표할 예정이며, 이는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의 경우 담배업계는 간접흡연이 공중보건에 해롭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일축하고 포괄적 형태의 직장내 금연 관련 규제를 술집, 식당, 빙고홀, 카지노로 확대하고 있다고 금연연구소(TobaccoFree Research Institute) 루크 클랜시(Luke Clancy) 박사가 밝혔다. 아일랜드는 세계 최초로 모든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클랜시 박사는 “2004년 도입된 아일랜드의 공공장소 금연 정책은 공중보건에 긍정적 영향을 불러왔으며 유사한 형태의 규제를 뒤이어 실시한 다른 유럽 국가들의 롤모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클랜시 박사는 아일랜드의 전국적인 흡연 규제를 위한 정책 기획과 투자는 조기 사망률을 떨어뜨리는 등의 결실을 맺었다는 입장이다. 아일랜드 금연 정책에 대한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총 사망률은 13%,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자는 26% 줄었으며 뇌졸중 사망률은 32%, 만성 폐쇄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역시 38%나 감소했다.

이처럼 킹 박사와 클랜시 박사가 자국 내에서 담배업계와 일전을 벌이는 동안 링컨대 말레이시아 캠퍼스 자리하 제인(Zarihah Zain) 박사는 전세계 무역협정을 심도 깊게 파고들어 담배 제품이 위험한 중독성 제품으로 취급되고 있는지를 연구했다.

제인 박사는 “전세계 무역 협정은 예외없이 관세와 비관세 장벽 철폐를 통해 재화와 서비스의 자유로운 국가간 이동을 촉진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고 있다.

제인 박사는 이어 “고도의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담배는 각종 사망의 주요 원인이며 질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한편 암 발생 원인의 30% 가까이 차지하게 만드는 원흉이다. 즉, 담배와 관련산업은 무역협정을 통한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어떠한 혜택도 제공 받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담배 규제는 공중보건 전략 가운데 가장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국제 규약인 WHO(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합법적 소비재 가운데 유일하게 담배를 수급제한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인 박사는 다수의 자유무역협정이 이 같은 WHO 협약을 무력화하는 다양한 우회조항을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베라 다코스타 에실바(Vera da Costa e Silva)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사무국장은 “전세계 모든 인구가 앞으로 흡연의 고통에서 해방되고 술집과 식당 등 이들이 방문하는 공공시설이 금연 시설로 지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열린 IASLC의 제17회 폐암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담배 규제가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으며 IASLC는 전세계 담배 규제 전문가들이 행사에 참석해 위원회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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