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서울시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으로 말미암아 단절된 전통과 현대 사이의 맥락을 잇는 ‘서울공예박물관 건립’을 위한 설계공모를 실시한다. 시는 ‘서울공예박물관’ 건립을 통해 우리나라 공예의 대표성을 지니는 곳으로서 공예의 가치를 알리고, 우리나라의 미의식을 전승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예는 ‘기능과 장식의 양면을 조화시켜 실용적 물건 및 예술적 조형물을 만드는 일’로, 시대·재료·용도 등에 따라 전통공예 및 현대공예와 같은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서울은 600년 조선의 수도로서 우리나라 전통공예의 정통성을 잇는 곳이며 특히 사업 대상지인 종로 일대는 5대 궁(경복궁, 덕수궁, 경희궁, 창덕궁, 창경궁)이 위치해 있는 곳으로 예로부터 왕실이나 양반가에 고급공예품을 제공하던 최고의 ‘경공장(京工匠)’들이 모여 있던 곳이기도 하다.

공예는 한 국가의 전통 및 미적 가치를 담고 있어 문화적 수준의 척도가 될 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특히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경공장(京工匠)은 조선시대 중앙관청에 소속되어 왕실과 관부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물품을 제작하던 장인(수공업자)을 이르는 말로, 그 종류는 먹을 만드는 묵장(墨匠), 놋그릇을 만드는 주장(鑄匠), 비단을 짜는 능라장(綾羅匠) 등 130여종에 이르렀다.

관영수공업을 담당하던 장인들과 공방들은 한양에 많이 자리할 수밖에 없었으며 특히 대부분의 장인들은 궁이 모여 있던 오늘날의 종로와 중구 일대에서 활동하였다.

‘서울공예박물관’ 건립 사업의 대상지는 풍문여자고등학교 부지로서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175-2, 175-102의 2필지이다. 이곳은 역사적 장소인 안동별궁이 존재했던 터로 당시 안동별궁의 담은 지금의 풍문여고 담장으로 유지되어 오고 있다.

안동별궁은 1449년(세종 31) 영응대군(永膺大君)의 집으로 건립되었으며 영응대군이 죽자 부인이 나라에 기증하였고 성종이 연경궁(延慶宮)으로 명명하여 월산대군에게 하사하였다.

1910년 이후 궁내부 환관들의 거처공간이 되었다가 1937년 민대식이 불하를 받아 경성휘문소학교를 설립하고, 1944년 4월 10일 풍문여고로 개교하였다.

대상지는 연면적 10,450㎡의 규모이며, 주요 시설은 전시영역, 수장영역, 교육영역으로 구성된다.

설계의 범위 지역 중 풍문여고 건물 본관, 동관, 북관, 과학관, 정보관은 리모델링하여 활용하고, 나머지 부속건물을 철거 또는 이전할 계획이다.

사업부지는 지하철 3호선 안국역과 연결되어 대중교통의 접근이 용이하고, 대상지 서측의 율곡로3길(감고당길)은 인사동~북촌을 잇는 역사적인 옛길로서 현재 관광객이 많이 통행하고 있다.

특히 대상지 바로 인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케이-익스피어리언스(K-EXPERIENCE)라는 규모 있는 문화시설이 계획 중에 있어 도심 한복판의 ‘아트 트라이앵글(ART TRIANGLE)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업 대상지 주변에는 북촌한옥마을, 창덕궁, 종묘, 인사동 문화의 거리, 경복궁이 위치하여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중심으로 한 문화벨트를 구축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번 설계공모를 통해 사업부지 주변에 다양한 문화·역사 장소(인사동 거리, 경복궁에서 창경궁까지의 거리)의 특성을 고려하여 서울공예박물관과 창의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과 풍문여고 건물군의 역사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설계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참가등록은 10월 14일(금)부터 11월 11일(금) 17시까지 서울시 공공건축 설계공모 통합 홈페이지 ‘서울을 설계하자’ (http://project.seoul.go.kr)를 통해 진행되며, 작품은 11월 29일(화)까지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으로 제출하면 된다.

설계공모 지침서 등 관련 정보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공모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 도시공단개선단으로 문의하면 된다.

시는 심사를 거쳐 12월 홈페이지에 심사결과를 게시할 예정이며, 당선자에게는 설계권이 부여된다.

김태형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장은 “이번 설계공모는 안동별궁~풍문여고~서울공예박물관으로 전환되는 시대별 양상을 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역사의 흔적을 새롭게 재해석하여 박물관 본래의 전시, 수장 뿐만 아니라 시민 문화와 공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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