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임윤수 기자 = 배우 김민정이 연극 ‘일사각오’를 통해 두 시간이 넘게 종횡무진 열연을 하면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끝까지 몰입하여 관객들의 혼을 쏙 뺐다.

마치 배가 항해를 시작하여 거친 파도를 가르듯 김민정이 전하는 연극의 메시지는 더러는 강력했고 더러는 아프게, 관객들의 심경을 파고들며 잠시도 가만두지 않았다.

연극 ‘일사각오’는 일제 치하에서신사 참배를 반대하다 투옥되어 끝내 순교한 주기철(1987~1944) 목사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김민정은 이 연극에서 오정모(주기철 목사의 아내) 사모 역으로 남편의 이야기를 증언하는 주인공이다.

살아 돌아올 생각 하지 말고 감옥에서 순교하라고 남편을 다그치는가 하면 절대로 울지 말라고 자녀들을 꾸짖는 장면에서는 그 내공이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오정모 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세미뮤지컬로 탤런트 한인수와 호흡을 맞춰 공연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 작품이 김민정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다.

뮤지컬 ‘갈릴리로 가요’ 공연 후 뒤늦게 뮤지컬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한 탤런트 한인수는 그때의 우정으로 이번에는 목소리 연기로 특별 출연을 해 주었다.

평소 연예계에서 신앙의 자매로 친한 탤런트 정영숙은 김민정과 배우들을 위해 직접 간식거리를 사 들고 극장을 찾았고, 오랜 우정을 나누는 ‘갈릴리로 가요’의 이민욱 감독도 주말을 이용해 관람했다. 이민욱 감독은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메시지가 워낙 뚜렷해 마치 죄 사함 받고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함께 관람한 한국 평신도 성경 연구회 이수빈 대표와 그의 아내 전선 정교수(영남대미용학과)는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배우 김민정 씨의 에너지였다.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하나도 변함이 없는 외모와 열정이 대단하시고 요즘 친구들이 자주 쓰는 표현으로 방부제 미인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구나 생각한다. 젊은이들에게 꼭 보여줘야 하는 연극이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정은 올해로 배우 생활 47년 된 베테랑으로서 1971년 MBC 드라마 장희빈에서 제1대 인현왕후를 필두로 드라마와 연극, 뮤지컬을 드나들며 연기를 했지만 이번 연극처럼 마음이 쓰이는 작품이 드물었다고 한다.

이 작품의 대본과 연출이 바로 남편(신동일)이라는 사실이 그 이유였다. 연출가 신동일 씨는 이 작품을 올리기 위해 근 20여 년을 자료를 모으고, 전문가들을 만나는 노력을 했다.

어찌 보면 서로에게 큰 부담이었을 연극 ‘일사각오’는 이 두 부부의 헌신적 노력으로 탄생된 것이다. 남편은 제작자로 부인은 배우로, 이들 부부가 사는 방법이다.

더구나 늦은 재혼으로 서로 간 예술혼을 불태우며 부부가 연합하여 연극을 하는 것을 보고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이 연극은 지난 7월 5일에 시작하여 이번 달 28일에 막을 내린다. 그 후엔 계속해서 지방 투어와 미국 달라스 등의 공연이 잡혀있는 상태다.

한편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는 연극 일사각오는 8월 28일까지 진행되며, 주인공 김민정 외에도 탤런트 이경순, 연극계의 괄목할만한 배우 한수경 등 쟁쟁한 멤버들이 함께 공연한다.

장소는 서울 강남 윤당 아트홀이며 가슴 미어지는 감동을 찾는 관객이면 서둘러 가볼만한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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