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지훈 기자 = 부천시 소사구에 홀로 사는 송정식(가명) 씨. 병명은 고혈압과 우울증이다. 불면증도 호소한다. 여기에 알코올 의존증도 의심된다. 친구 명의의 전세방에 거주한다. 재산도 없고 일정한 소득 없이 일용근로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겨울철 일자리를 잃었고 각종 질병으로 새로운 일자리 참여도 어렵다. 20년 동안 살아온 집 내부는 청소의 흔적이 없다.

공간이 삶을 바꾼다.

지켜보던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1동 이행숙 통합사례관리사가 나섰다. 집을 치우고, 정서적 지지를 통한 지속적 근로 활동 참여 독려가 필수적이었다. 지원을 복합적으로 모았다.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1년 동안 후원물품 지원대상자로 연결해 반찬 등 식생활 개선에 나섰다.

적은 돈이지만 긴급 생계비를 지원했고, 자활센터 연계를 통해 현재 취업에 성공했다. 자립의 기초는 마련했다. 또한 지역 내 봉사단체인 한우리봉사회를 통해 도배를 새로 하고, 장판도 바꿨다. 20년 만에 바뀐 장판이다. 또한 심곡본1동 자원봉사대는 집안을 치우고, 짐을 정리했다. 여기에 부천시자원봉사센터는 보일러, 심곡본1동복지협의체는 가스레인지와 이불 세트를 지원했다. 지금은 집안도 삶도 깔끔해졌고, 온갖 전환을 이뤘다.

이렇게 공간은 삶을 바꾼다. 힘들 때 쉼터가 돼야 할 ‘집’이지만, 어떤 이는 ‘집’ 때문에 더 힘들다. 하지만 집이란 지친 몸을 쉬게 하고 가족이 모여 내일을 꿈꾸는 곳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렇게 따뜻하고 안락해야 할 집이 누군가에겐 ‘절실함’이다. 사례관리사와 동복지협의체 등 이웃을 걱정하는 선한 마음이 가장에겐 가족을 지킬 힘을 주고, 아이들에겐 희망을 준다.

‘고친 집’은 ‘왕따’에게 ‘절친’을 선물했다.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3동 이상철(가명) 씨는 노모와 고등학생 아들, 중학생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없다. 이 씨 가족의 보금자리는 방이 두 칸이지만 방 하나가 너무 작다. 다른 한 칸에서 네 식구가 같이 잔다. 또 지하라 습해서 곰팡이와 바퀴벌레가 골치다. 바퀴벌레를 조금이라도 막아보려는 것일까. 장판과 벽지의 벌어진 틈에 테이프가 발라져 있다. 세탁도 쉽지 않고, 냄새도 심하다.

엄마의 빈자리와 누추한 집이 주는 것이 단지 불편함 정도일까. 하지만 상처도 준다. 할머니는 손녀에게만 집안일을 맡긴다. 둘의 갈등이 깊다. 손녀는 친구들과 한참 어울릴 나이. 하지만 친구가 없다. 따돌림이 심하다. 주거 개선이 시급했다. 그리고 엄마의 빈자리도 채워지면 좋겠다.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3동복지협의체의 지원으로 이 씨 가족에겐 엄마가 생겼다. 작년 11월부터 1년 동안 요양보호사가 할머니 병간호를 맡았다. 주 5회 4시간씩, 짧지 않은 시간. 빨래, 청소, 요리까지 해결했다. 소사본3동주민센터 김윤겸 사례관리사가 소사봉사파견센터에 도움을 청해둔 덕이다. 그리고 밑반찬도 지원된다.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한 달에 한두 번 쌀과 반찬이 온다.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3동복지협의체는 기금 280만 원을 털었다. 덕분에 이 씨 가족의 집은 말끔하다. 부엌, 창문, 도배, 장판, 방역까지. 어느 한 곳 손이 안간 곳이 없다. 작년 12월 집이 고쳐지고, 할머니는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따뜻해진 집이 좋다. 곰팡이를 없애고 사라진 기침. 생활도 편하다. 아이들은 이제 집이 너무 좋다. 친구를 데려올 수 있으니까. 따돌림을 심하게 받던 둘째는 이제 친구가 너무 많아서 탈. 집을 고쳤는데, 절친이 생겼다.

집수리 지원에는 소사본3동주민센터 변우용 복지팀장이 나섰다. 집 집수리 후 임차기간 내에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확인서를 받았다. 집주인을 직접 만나 가족의 상황을 알리고 양해를 구한 것.

사례관리사가 바로 엄마다.

이 씨에게는 한 가지 숙제가 더 있다. 3천300만 원 정도의 채무액. 베트남 여성과 재혼 했을 때 생긴 호적 문제로 인한 벌금과 노모의 병원비. 제3금융 대출로 해결했었다. 이에 이자가 붙어 무거워진 채무액이다.

월급은 160만 원인데 원금과 이자가 100만 원.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다르다. 개인회생신청으로 더 이상 이자는 없다. 한 달에 원금만 30만 원씩. 5년이면 끝이다. 덜어진 부담만큼 늘어난 생활비. 아이들에게 해줄 것이 많아진 아빠는 행복하다. 불면증이 나아지고 아이들 학비도 저축한다.

이 씨 가족에겐 후원자가 더 있다. 큰 아이의 교복을 지원해준 한 병원의 원장. 아이의 가능성을 보고 1년 학비도 지원한다. 그리고 할머니 의료비까지 맡았다. 김윤겸 사례관리사는 “동복지협의체 지원금이 크다. 그걸로 어려운 이웃이 다시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봤다. 엄마의 부재 속에서도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는 걸 보고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사실상 가족이 포기하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준 김윤겸 사례관리사가 바로 엄마다.

허모 복지국장은 “문화특별시 부천시민이 마련한 이웃사랑은 집만 고친 것이 아니다. 삶의 전반에서 온갖 전환을 이뤘다. 이웃을 사랑하는 부천시민은 진짜로 문화특별시 부천시민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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