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진우 기자 = 서울시가 근로자를 대표하는 1~2명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근로자이사제’를 서울메트로 등 15개 공사·공단·출연기관에 국내 최초로 도입, 경영 패러다임을 대립과 갈등을 넘어 소통을 통한 상생과 협력으로 전환한다.

박원순 시장은 2014년 11월 발표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혁신방안’에서 ‘근로자이사제’ 도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2015년 5월~12월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참여형 노사관계 모델 도입방안 연구’(한국노동연구원)를 실시하고, 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 노동계, 학계, 경영진, 노조위원장 등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서울시는 근로자와 경영자가 소통을 통해 책임과 권한을 함께하는 공동운명체라며 근로자이사제 도입으로 근로자의 주인의식을 강화함으로써 투명한 경영, 대시민 서비스 개선을 이루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 동력이 창출되는 선순환 경영구조 확립 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10일(화) 밝혔다.

근로자이사는 법률과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계획, 예산, 정관개정, 재산처분 등 주요사항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 참여하여 타 이사들과 차별화된 근로자 특유의 지식과 경험,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게 된다.

이러한 권한 행사와 함께 책임도 뒤따른다. 근로자이사는 법령, 조례, 정관 등에서 정하는 제반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예컨대 뇌물을 수수했을 때 공기업의 임원과 동일하게 공무원에 준하는 형법의 적용을 받는다.

(대상기관 및 인원) 서울시 근로자이사제 도입 대상은 근로자 30명 이상의 15개 공단·공사·출연기관으로, 비상임 이상의 1/3 수준, 기관별 1~2명을 임명한다.

도입대상기관 :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의 노사협의회 설치기준(근로자 30명 이상인 사업장 의무설치)을 준용
도입인원 : 근로자수를 기준으로 300명 이상은 2명, 그 미만은 1명을 임명한다. 이미 직원으로 근무 중이기 때문에 모두 비상임이다.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시설관리공단, 서울의료원, SH공사, 세종문화회관, 농수산식품공사, 신용보증재단, 서울산업진흥원, 서울디자인재단, 서울문화재단, 시립교향악단, 서울연구원, 복지재단, 여성가족재단

※ 출자기관인 ㈜서울관광마케팅, 근로자 30인 미만인 장학재단, 자원봉사센터, 평생교육원 제외

(임명절차) 현행법 규정대로, 공개모집과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에 의해 임명된다. 응모 세부자격에 대해서는 앞으로 기관별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 수렴을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다.

(지위) 노동조합원이 비상임 이사가 됐을 경우 노동조합을 탈퇴해야 한다.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른 것.

(임기 및 보수) 임기는 지방공기업법에서 정하는 3년이다. 무보수로 하되, 이사회 회의참석수당 등 실비를 지급한다. 또한 전문교육기관 위탁교육을 통해 이사로서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시는 근로자이사제 도입 배경으로 ① 사회적 갈등비용 예방효과 ② OECD의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 규정, 회원국에선 이미 보편적으로 도입 ③ 유럽의회,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효과 인정 ④국내 제언을 꼽았다.

첫째, 시는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수준이 OECD 27개국 중 2위(‘13년 삼성경제연구소), 특히 노사갈등이 2번째로 심각한 갈등으로 조사(국민대통합위원회)됐으며,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매년 최대 246조에 달하는 상황에서 근로자이사제 도입이 하나의 갈등 해소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2013년 코레일에서 23일간 파업발생으로 인한 손실이 447억원(기획재정부 2013.12)

둘째, 서울시 ‘근로자이사제’ 도입은 국내에선 최초지만, 독일, 스웨덴, 프랑스 등 OECD에 가입된 유럽 18개국에서는 이미 보편적으로 도입 중이다.

독일 : 1951년 광산·철강 제조분야 종업원 1,000명 이상, 1952년 500명~2000명 이하, 1976년 2,000명 이상 민간기업에 도입

스웨덴 : 1973년 100인 이상 기업에 도입해 3년간 실험 후 1976년 적용대상을 확대, 현재는 25인 이상 모든 기업에 도입

프랑스 : 1983년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해 2013년 민간 부문으로 확산

공공과 민간부문 도입(14개국) : 독일, 스웨덴, 프랑스,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체코, 헝가리, 룩셈부르크, 폴란드,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공공부문 도입(4개국) :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미국 : 기업의 경영위기나 경영성과 개선목적으로 노사합의로 일부 기업에서 자율적으로 도입·운영 (영국철강, 미국 크라이슬러 등)

셋째, 근로자이사제는 OECD의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05년 제정, ‘15년 개정)’에 명시돼 있고, 유럽의회, 세계경제포럼 등에서도 그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 OECD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2015), Ⅶ. 공공기관 이사회의 책임 G항목

G.(노동자 대표)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임명된다면 이사회의 구조는 이러한 노동자 대표가 효과적으로 훈련되고 이사회의 능력, 정보, 독립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이 개발되어야 한다.

· 노동자 대표의 이사회 참여 목적이 이해관계자로서 노동자들을 향한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자와 이사회간의 정보공유를 원활하게 하는 데 있으며 노동자 대표는 전체 이사회 논의를 돕고 공기업 내에서 이사회 결정에 대한 집행력을 제고할 수 있음을 추가적으로 명시함,

유럽의회 : ‘12.6월 “경제 위기는 이해당사자의 참여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더욱 명확한 기업지배구조의 필요성을 입증했다”는 결의문 채택

독일 메르켈 총리 : 독일 공동결정법 30주년 기념 연설에서 “공동결정제가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의 위대한 업적이자 독일 경제의 입지우위라 평가’

지멘스 최고경영자인 피터 로셔 : ‘09.10월 “공동결정은 독일에게 있어 경쟁적 우위다”라고 발표

2011년 세계경제포럼 : 존 스터드진스키(미국 투자자문회사 블랙스톤 전무이사) “근로자의 경영참여가 독일의 위기완화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평가

넷째, 국내에서는 사회적기업육성법(제8조)에서 사회적기업 인증요건으로 서비스 수혜자,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에 의하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정책제언을 한 바 있다.

※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재정 브리프, ’15.12.31)

공공기관의 구조적 취약점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지배구조가 제대로 설계되고 목표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함.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기관 지배구조는 이사회 부분에서 특히 취약성이 지적되고 있음.

공공기관 이사회 구성의 원칙은 각 이사는 주주와 이해관계자를 대변하며 해당 국가의 다양한 구성을 반영하여 균형된 의견을 통해 공공기관의 경영이 견제되고 감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임.

· 공공기관 이사회 구성의 특징은 정부대표의 참여, 근로자 대표 참여(확대), 독립이사의 참여로 볼 수 있음.

우리나라의 공공기관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OECD의 가이드라인(2015)을 적극 반영하고, 외국 공기업 담당부서의 이사 전문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음.

아울러 서울시는 그동안 일부 경제단체 등에서 우려한 문제제기에 대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제도화함으로써 위법소지가 없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경영권을 훼손하지 않으며 의사결정 지연으로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여지도 없다고 밝혔다.

(‘법령에 위반된다’는 우려) 법률에서 포괄적으로 위임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헌법상 권리인 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인 조례를 제정해 도입하기 때문에 위법소지는 없다.

지방자치법 제9조에 의거 ‘지방공기업의 설치 및 운영’은 자치단체의 고유사무에 해당하며, 지방공기업법,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공사, 공단 및 출연기관의 운영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음.

(‘경영권 침해’에 대한 우려) 헌법에서 보장한 자유시장 경제질서는 경영상 자유를 보장한다는 개념으로서 근로자들의 경영권 참여 금지를 뜻하는 법리가 아니며, 오히려 근로자이사제는 근로자의 책임성과 주인의식을 강화해 거버넌스, 협치를 실현하는 것으로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기본가치에 부합된다.

헌법 제119조 1항은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제23조는 재산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함으로써 ‘자유시장 경제 질서’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기업의 경영상 자유를 보장한다는 개념으로 근로자들이 경영권에 절대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의 법리는 아님.

헌법 제119조 2항에서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규정함으로써 사회적 시장경제로서의 성격도 규정하고 있는 바 근로자이사제는 경제민주화의 기제에 해당한다는 법학전문가의 의견을 받았음.

(‘의사결정 지연으로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여지’에 대한 우려) 근로자이사는 기관별로 1~2명을 추가하는 것으로 전체 이사회의 10%내외임(서울메트로의 이사 총수는 13명임). 이는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로 근로자 특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하는 것이다.

근로자이사가 참여하여 결정한 사항은 동료 근로자의 지지와 집행력 향상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더 빠른 결정이 될 수 있다.

서울시는 ‘근로자이사제’에 대한 조례(안)을 5월까지 입법예고하고 8월까지 공청회 등을 거쳐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 10월 경 제도를 시행한다는 목표다.

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조례 제정까지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제도를 가다듬고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시민이 주인인 공기업은 민간기업과 달리 이해관계자 모두가 주인이자 소비자인 만큼 근로자이사제를 통해 민간보다 높은 수준에서 공기업 경영은 더 투명하게, 대 시민 서비스는 더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는 거버넌스, 협치시스템을 실현하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하고 “어떤 제도라도 참여하는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다면 좋은 결실을 얻기 힘들다. 근로자이사제의 안착을 위해 노사 양측과 각계 전문가,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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