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RNX뉴스] 박진우 기자 = 2013년 12월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통상임금 소송이 계속되어 산업현장의 갈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25개 기업(500인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25개 기업에 제기된 통상임금 소송은 총 86건으로 기업별로 평균 3.4건이 진행 중이었다. 3건 이상의 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은 11곳(44.0%)이었으며, 최대 12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도 있었다.

통상임금 소송은 2012년 3월 대법원이 ‘금아리무진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이더라도 통상임금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한 이후 급증하였다. 이후 통상임금에 관한 논란이 커지자 2013년 12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 통상임금에 대한 정의가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1988년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통해 ’1임금 산정기간(1개월)‘을 넘어서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시했고, 노사는 이에 기초해 통상임금 범위를 정해왔음. 법원 역시 1개월을 넘어서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결을 내려오다가, 2012년 3월 ’금아리무진 판결(‘12.3.29, 2010다91046)‘에서는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결을 내려 이후 소송이 급증하게 됨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판결(‘13.12.18, 2012다89399, 2012다94643)’을 통해 기존의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종합하여 통상임금에 대해 명확히 하였음. 소정근로에 대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에 해당되며, 상여금 소급분은 신의칙을 적용해 추가임금 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함

이번 조사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13.12월) 이후 통상임금 소송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이 제기된 시점은 ‘전원합의체 판결~2015년 말‘이 44건(51.2%)으로 가장 많았고, ‘금아리무진 판결~전원합의체 판결’이 34건(39.5%), ‘금아리무진 판결 전’이 5건(5.8%), ‘2016년 이후’가 3건(3.5%) 순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의 소송이 47건(54.7%)으로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 39건(45.3%)보다 8건 더 많았다.

이렇게 통상임금 소송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법 규정 미비’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6.0%로 가장 많았고, ‘불명확한 지침 운용’이 34.0%, ‘법원의 비일관적 판결’이 24.0%, ‘복잡한 임금구성’이 6.0% 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통상임금에 대한 법리를 정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 소송이 계속 된 것은 ‘고정성’ 요건과 ‘신의칙’ 적용에 대해 하급심 재판부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불확실성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통상임금 소송에서 가장 쟁점이 된 사항으로 ‘고정성 충족 여부’를 응답한 기업은 13곳(52.0%), ‘신의칙 인정 여부’를 응답한 기업은 11곳(44.0%)이었다.

* 고정성 : 초과근로를 제공할 당시에 그 지급 여부가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에 관계없이’ 지급될 것이 확정되어 있는지 여부

*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 : 법률관계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야 하고,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행사를 하여서는 안된다는 근대사법의 대원칙.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여금에 한해서 추가임금 지급으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될 경우에는 신의칙에 위배되므로 추가임금 지급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시함

통상임금 소송 진행현황은 ‘1심 계류’가 51건(59.3%)으로 가장 많았고, ‘2심 전(항소심 계류)’이 14건(16.3%), ‘3심 전(상고심 계류)’이 13건(15.1%)‘ 순이었다. 판결 확정이나 소송 취하로 소송이 마무리된 경우는 7건(8.1%)에 불과했다.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해 현재까지 발생한 변호사 선임비용은 평균 4.6억원(응답 20개 기업) 이었다. 통상임금 소송의 59.3%가 1심에 계류 중인 것을 고려하면 향후 소송비용은 계속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기업들이 최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평균 ‘2015년도 인건비 대비’ 41.2%였다. 구간별로 ‘25% 이하’가 9곳(39.1%), ‘25%~50%’가 8곳(34.8%), ‘50%~75%’가 2곳(8.7%), ‘75%~100%’가 2곳(8.7%), ‘100% 초과’가 2곳(8.7%)이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여 소송에서 제기된 상여금 및 각종 수당이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통상임금 인상률’은 평균 48.4%였다. 구간별로 ‘50%~75%’가 9곳(39.1%), ‘25% 이하’가 7곳(30.4%), ‘25%~50% ’가 5곳(21.7%)이었으며, ‘100% 초과’ 기업도 1곳(4.4%)이 있었다.

통상임금 소송으로 가장 피해를 볼 것으로 생각되는 것에 대해서는 ‘과도한 인건비 발생’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16곳(64.0%)으로 가장 많았고, ‘유사한 추가소송 발생 가능성’이 4곳(16.0%), ‘노사 신뢰하락’이 2곳(8.0%), ‘인력운용 불확실성 증대’가 2곳(8.0%)이었다.

통상임금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통상임금 정의규정 입법’을 답한 비율이 32.0%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통상임금 범위 노사 자율조정’과 ‘임금항목 단순화’가 각각 24.0%, ‘소급분 신의칙 적용’이 20.0%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 대해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약 2년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산업현장에서는 통상임금 갈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며 “통상임금 갈등이 기본적으로 입법 미비에서 발생한 만큼, 조속히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하급심에서 일관적이지 않은 판결을 내리면서 추가소송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산업현장 안정을 위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존중하는 판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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