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감각 없고 몸에 열나 치료"…업체 "제조과정서 알코올 유입 있을 수 없어"
경찰 두 달여만에 내사 종결 "소주 넣은 것으로 보나 행위자 입증 단서 못찾아"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국내 유명 생수에서 알코올 성분이 검출돼 경찰이 원인 파악에 나섰다가 끝내 밝히지 못하고 사건을 마무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9일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북 한 도시에 사는 A(58·여)씨는 작년 9월 마트에서 생수(2ℓ)를 사 마셨다가 혓바닥 감각이 없어지고 몸에 열이 나는 등 이상 증세를 겪었다. 물에서는 성분을 알 수 없는 독한 냄새도 났다.

이튿날 아침 A씨 아들도 부엌에 있던 이 생수를 마신 뒤 비슷한 증상을 보였고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2011년에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던 A씨는 "물을 마시고 몸이 화끈거리는 증상이 지속해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해당 생수 제조업체 관계자와 환경부 직원 등이 A씨와 마트 관계자 등을 만나 진상 조사를 벌였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해당 생수병에 남아있는 물에서 에틸알코올이 검출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한 달여만에 A씨를 상대로 생수 구매 당시 병마개 상태, 실수로 생수병에 소주나 알코올 종류를 넣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다.

매장 안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인했지만 생수를 보관했던 냉장고 부근에서 수상한 행동을 한 사람은 발견하지 못했다.

생수를 판매한 마트 업주도 경찰 조사에서 "마트에서 해당 생수를 산 다른 고객들은 항의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수 제조업체 관계자는 "제조과정에서 알코올 성분이 들어간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에 하나 이물질이 들어갔다면 다른 병에서도 발견됐을 텐데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 우리로서는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2개월 넘도록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다가 작년 12월 결국 내사를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으로는 누군가 생수병에 소주를 넣어 보관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누가 그런 행위를 했는지 입증할 단서가 없어 내사 종결했다"고 밝혔다.

A씨는 "보상은 바라지 않지만 생수에서 왜 알코올 성분이 나왔는지 밝히지 못해 답답할 뿐이다"며 "심지어 가족 중 누군가가 일부러 소주를 탄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는데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억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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