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프랑스로 입양…내달 5일 37년 만에 부모와 상봉

(예산=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37년 전 실종됐던 남매가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부모 곁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 남매는 수년간 실종 아동 포스터 메인에 실려 국민의 관심이 쏠렸던 이들로, 36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프랑스로 입양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981년 오빠인 김 모(당시 10세) 군과 여동생 김 모(당시 7세) 양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서울에 있던 부모와 떨어져 충남 아산의 한 시골 마을에서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조부모의 병세가 악화해 갑자기 사망하자 같은 마을에 살던 작은아버지 부부가 이들 남매를 맡게 됐다.

그러나 불행히도 작은아버지 부부가 남매를 서울의 부모에게 데려다주는 길에 남매를 잃어버리고 만다.

작은아버지는 이런 사실을 남매의 부모에게 차마 알리지 못하고, 얼마 뒤 사망한다.

실종 사건의 유일한 단서인 작은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부모는 뒤늦게 자녀의 실종 사실을 알게 됐다.

자녀들이 언제 어떻게 없어졌는지 모른 채 부모는 37년 동안 아픔의 세월을 보냈다.

부모는 남매에 대한 미안함에 남매 외에 자녀를 두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충남지방경찰청은 장기실종전담팀을 운영, 이 남매를 포함한 장기실종 아동을 찾기 위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는 초기부터 난항을 겪었다.

작은아버지가 사망해 남매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실종됐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마리는 유일하게 남아 있던 남매의 사진에서 '책가방'을 발견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사진 속 오빠 김 군은 분홍 셔츠에 검정 어깨끈을 하고 있었다. 이 검정 끈이 큰 책가방의 어깨끈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당시 김 군이 초등학교에 다녔을 것으로 보고 인근 초등학교의 기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아산의 작은 마을 초등학교에서 김군 생활기록부를 찾을 수 있었다.

생활기록부가 1981년 7월까지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볼 때 경찰은 남매가 1981년 7월 이후에 실종된 것으로 추정했다.

남매가 언제 실종됐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종 남매와 출생 연도와 이름이 같은 전국 214명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하던 경찰은 실종 일시가 특정되면서 해외 입양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중앙입양원과 해외 입양자료를 조사했다.

결국 1982년 2월 남매가 출생일시가 일부 변경된 상태서 프랑스로 입양된 것을 확인했다.

37년 전 남매의 사진과 이름만으로 프랑스에 있는 남매의 행방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경찰은 프랑스 교민과 유학생, 한인 단체에 수십 통의 이메일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사연을 전해 들은 프랑스 교민들이 하나둘씩 도움의 손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심금섭 목사가 입양자료에 기재된 남매의 양부모 프랑스 주소를 찾아 나섰다.

그 결과 지난 1월 30일 드디어 남매를 찾게 됐다.

남매는 양부모의 옛 주소지에서 멀지 않은 작은 마을에서 양부모의 생업을 이어받아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경찰은 국제 우편으로 남매의 DNA 시료를 전달받아 부모의 유전자와 대조, 친자 관계임을 확인했다.

10살과 7살이던 남매는 47살, 44살의 중년이 됐다.

남매는 "37년간 부모에게 버림을 당한 줄만 알고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남매와 부모는 다음 달 5일 당진시 합덕읍 소재 성당에서 37년 만에 서로를 만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남매들이 어떻게 프랑스로 입양됐는지 등 경위를 조사하고 남매와 유사한 사례가 더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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