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 열람 이례적으로 빨리 마쳐…8시간 넘게 피의자 신분 조사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황재하 기자 =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와 공방을 벌였던 정봉주 전 의원이 약 8시간에 걸친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정 전 의원은 24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인터넷 언론사 '프레시안'으로부터 고소당한 사건의 피고소인 겸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정 전 의원을 상대로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프레시안 기사를 오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경위, 의혹이 허위라고 믿게 된 계기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 전 의원 진술 내용과 고소장을 종합적으로 다시 검토한 다음 그의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날 정 전 의원은 오전 10시부터 8시간 넘게 조사받고 오후 6시 40분께 피의자 신문 조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 30분 만인 오후 7시 10분께 열람을 모두 마치고 지수대를 빠져나갔다.

조서 열람은 자신이 진술한 내용을 수사기관이 제대로 기록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피의자는 진술 취지와 조서 내용이 다르다고 생각할 경우 수정을 요구하거나 정확하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해 그 내용을 조서에 다시 반영할 수 있다.

정 전 의원이 30분 만에 조서 열람을 마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진다.

조서에 도장을 찍는 간인도 해야 하고, 조서 내용이 추후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만큼 오랜 시간에 걸쳐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정 전 의원의 신속한 조서 열람은 언론 노출을 피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조사 시간보다 1시간 이상 이른 오전 8시 53분께 지수대에 도착해 포토라인 앞에 서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포토라인 앞에 서는 것이 의무는 아니지만, 예정된 시간에 출석하면 자신을 기다릴 취재진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출석을 서두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 전 의원은 출석은 일찍 했지만 변호인이 오전 10시에야 도착해 그때부터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서 모 기자는 정 전 의원이 2011년 11월 23일 기자 지망생 A 씨를 서울 영등포구 렉싱턴 호텔로 불러 성추행했다고 지난달 7일 보도했다.

정 전 의원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서 기자 등 프레시안 기자 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고, 프레시안도 정 전 의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시점으로 지목된 날 오후 6시 43분 렉싱턴 호텔 카페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고소를 취소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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