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작년 11월 조카 살해하고 자살…무서워서 신고 안 해"
"나라도 살아야겠다" 언니 차 처분 대금 챙겨 해외도피했다 체포돼

(괴산=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충북 증평군 A(41·여)씨 모녀 사망 사건은 A씨가 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A씨의 저당 잡힌 SUV 차량을 처분하고 매각 대금을 챙겨 해외로 도피했던 여동생 B(36)씨는 언니와 조카가 숨진 것을 알고도 시신 수습이나 경찰 신고를 하지 않고 수개월째 방치했다.

오히려 언니의 통장과 도장, 신용카드, 자동차 키, 화장품 등이 든 언니 가방을 훔쳐 사기 행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주거가 일정하지 않고 도주 우려가 있는 데다 언니와 조카가 숨진 것을 알고도 방치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B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서둘러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 모녀 사망 사건과 A·B씨에 대한 사기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괴산경찰서는 전날 인천공항에서 체포한 여동생 B씨로부터 작년 11월 조카가 언니에 의해 사망했고, 지난해 12월 초에는 언니도 숨진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11월 27∼28일께 언니에게 전화를 받고 아파트를 찾아가 보니 조카가 침대에 숨진 채 누워 있었고, 언니는 넋이 나간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이어 "'2시간 후에 자수할 테니 가만히 있으라'는 언니의 말을 듣고 나왔다가 다음 달 5일 언니 집을 다시 찾아가 보니 언니가 숨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B씨는 지난 1월 2일 언니의 신용카드, 휴대전화, 도장, 자동차 키 등을 훔쳐 차량을 처분하고 이튿날 마카오로 출국했다.

B씨는 언니와 조카가 숨진 것을 신고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 두려워 출국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저당 잡힌 언니 차를 매각한 과정도 자백했다.

B씨는 마카오에 머물면서 숨진 언니의 SUV를 처분해 돈을 챙기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는 올해 1월 1일 입국한 뒤 다음 날 서울의 한 구청에서 언니의 인감증명서를 대리 발급받는 등 매매서류를 갖춰 중고차 매매상 C씨를 만나 언니의 SUV 차량을 1천350만원에 팔았다.

이 차는 캐피탈 회사가 1천200만원의 저당권을 설정해 놓은 상태였다.

B씨는 차를 판 날 언니 통장에 입금된 매각 대금을 인출한 뒤 다음 날 인도네시아로 출국, 모로코 등에 머물다 지난 18일 오후 8시 45분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경찰에 체포됐다.

B씨는 경찰에서 "나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언니 차를 팔았다.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B씨에게 사문서위조, 사기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도주 우려도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A씨 모녀는 지난 6일 오후 자신의 아파트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관리비 등을 계속 연체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의 신고로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와 A씨 유서,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생활고 등에 시달리던 A씨 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