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카드 등 고려 관측…주민 기대·동요 등 내부변수도 고려한듯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등 대외용 메시지를 내놓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11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 회의에서 미국이나 우리를 향한 특별한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예결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문제, 조직 등 일상적인 안건만 처리가 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권력을 승계한 2012년 4월 이후 작년까지 열린 8번의 최고인민회의 중 6차례나 참석했으나 이번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는 상대적으로 정치적 비중이 떨어진 회의가 됐다. 김 위원장이 불참한 사례는 2014년 9월 제13기 2차회의와 2015년 4월 제13기 3차회의 뿐이었다.

북한의 대외메시지 발신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9일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북관계와 북미대화 전망을 분석·평가하고 '국제관계 방침과 대응방향'을 제시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인민회의가 북한의 헌법상 국가 최고 지도기관이자 우리의 국회 기능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만큼 이번 회의에서 대외관계와 관련한 입법조치나 결정 등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대외메시지를 내놓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유화적이든, 강경하든 대외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면 협상장에서 스스로 발목이 잡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군다나 회담이 진행되면 북한의 입장 하나하나가 모두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는 만큼 굳이 회담 전에 이를 발표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2일 "최고인민회의 보도를 통해 기대했던 대외관계는 의제조차 아니었음이 확인됐다"며 "오히려 북한이 자신들이 국제사회에 굽힌 것이 아니라는 당당함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국면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 회의에 불참한 것도 앞으로 있을 정상회담을 막후에서 꼼꼼히 준비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에서 대외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것은 불필요한 내부적 동요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향이든 대외메시지를 발표하면 북한 주민들 속에 기대감이든, 불안감이든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후 자신들의 주도적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강조하면서도 매체를 통해서는 "혁명하는 인민에게 있어서 평화에 대한 환상은 곧 죽음"이라며 주민들의 경각심을 고취해 왔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