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최대 피해금액 기록돼…"'02-112' 번호로 금감원 사칭"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70대 노인 A씨에게 얼마 전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발신번호는 '02-112'로 찍혀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받았더니 전화기 너머에서 자신이 '금융감독원 팀장'이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A씨 이름으로 대포통장이 만들어져 범죄에 사용됐다면서 "처벌을 피하려면 범죄에 연루된 피해금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틀에 걸쳐 금융회사 3곳에서 정기예금과 보험 9억원 어치를 깼다. 이 돈을 고스란히 사기범이 알려준 계좌로 보냈다.

A씨가 거액이 든 예금계좌를 해지하고 송금하려 하자 수상히 여긴 은행 창구직원은 조심스레 사연을 물었다.

그러나 사기범은 이미 A씨에게 "은행 직원이 물으면 '친척에게 사업자금을 보내는 것'으로 답하라"고 일러둔 상태였다.

처벌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A씨는 사기범이 시키는 대로 답했다. 이렇게 9억원이 송금됐고, 사기범은 돈을 모두 빼갔다.

20일 금감원에 따르면 A씨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당한 피해 사례 중 최대 금액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여성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8억원을 보냈으며, 범인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현금화해 달아났다.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이명규 팀장은 "수사기관이나 금감원의 직원을 사칭하면 소속, 직위, 이름을 묻고 일단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미심쩍다면 해당 기관의 대표번호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대검찰청(☎02-3480-2000), 경찰청(☎112), 금감원(☎1332) 등이다.

이 팀장은 "전화로 정부 기관을 사칭해 자금 이체를 요구하는 경우, 전화·문자로 대출을 권유받은 경우, 특히 저금리 대출을 위한 고금리 대출을 유도하는 경우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