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신고 도와다가 음해·인사 불이익…"조사 진행중이지만 명예회복한 듯"

(김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인권을 제대로 수평화시키는 민주주의 과정입니다."

후배 여경의 성추행 피해 신고를 도왔다가 조직 내에서 음해와 인사 불이익 등으로 타 경찰서로 갔던 임희경(46) 경위가 12일 원소속 경찰서로 복귀했다.

지난해 6월 12일 경남지역 한 경찰서 민원실로 발령 난 후 9개월 만이다.

임 경위는 이날 원소속 경찰서 정보부서로 출근했다.

그는 "여전히 경찰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그나마 명예회복을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경위는 "상처를 받은 곳이지만, 동료 선·후배들과 잘 지내온 곳이어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 최대 이슈로 떠오른 '미투 운동' 점화에는 임 경위의 용기도 작지 않은 불씨가 됐다.

임 경위는 혹한 속이었던 지난 1월 8일 소속 경찰서 앞에서 '성범죄, 갑질 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1주일간 1인 시위를 했다.

미투 운동의 결정적 도화선이 된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피해와 인사 불이익 사실을 폭로하기 20여일 전이었다.

임 경위는 "검사는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니깐 미투 운동이 더 확산한 것 같다"며 "조직 내 불합리한 점을 밝힌 저의 폭로도 큰 의미에서는 진정한 '미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여성의 날을 앞둔 지난 4일 우연찮게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해 '미투운동'에 동참하는 공개 발언까지 했다.

이후 임 경위는 자신의 이름을 언론에 공개하게 됐다.

하지만 얼굴은 알리는 부분에선 여전히 조심스러워 했다.

임 경위가 원소속 경찰서에 복귀하자 선후배와 동료들은 반겼다.

복도에서 만난 여경 후배들은 "언니 오랜만이예요, 많이 힘들었죠."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해당 경찰서는 임 경위가 근무할 부서에 별도의 인사 이동 없이 자리를 하나 더 마련했다.

임 경위는 "1년 넘게 조직 내에서 힘든 상황을 겪으면서 경찰 조직문화가 더 건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번 일을 겪으면서 20년 전 경찰학교에서 첫 걸음을 내디딜 때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며 "앞으로 조직 내는 물론 경찰로 일하면서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임 경위는 경찰 본연의 임무에도 충실하겠다고 다시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급진전한 남북관계 상황에 맞춰 지역 내 많은 탈북자의 인권 문제에 각별히 관심을 두고 챙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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