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글 남긴 채 사흘째 종적 묘연…입장발표 없이 검찰에 되레 수사 요청

(홍성=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행적이 묘연해진 건 지난 5일 오후 4시 이후다.

기업 투자협약식 등 당일 오후에도 공식 일정을 소화했던 안 전 지사는 성폭행 의혹 보도 이후 관사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음 날인 6일 0시 49분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활동 중단과 도지사직 사퇴 의사를 전하는 글을 올려놓고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최측근이나 변호인단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흘러나올 뿐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었다.

안 전 지사가 국민 앞에 설 뜻을 밝힌 건 그로부터 만 하루가 지나서다.

측근인 신형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은 7일 기자들에게 "안 전 지사가 8일 오후 3시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8년간 집무하며 대통령 꿈을 키웠던 그곳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력 범죄 혐의'에 대해 사죄한다는 뜻이었다.

'해명이 없어 비겁하다',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는 비판에 직접 입을 열기로 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 사이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또 다른 미투 주장이 제기됐으나, 안 전 지사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8일 포토라인이 늘어선 충남도청 1층 로비는 아침부터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일부 취재진의 말싸움까지 있을 정도였다.

한편에선 안 전 지사를 비난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도 이어졌다.

안 전 지사는 그러나 이날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국민과 약속한 시각을 불과 두 시간 앞둔 오후 1시께 기자회견 취소 통보 소식이 전해졌다.

신형철 전 비서실장이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이른 시일 안에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돼 있다.

그러면서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 달라"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5일 오후 4시께부터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1시까지 69시간 동안 보인 안 전 지사의 행보에 여론의 분노는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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