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체가 고객 물건 임의 반송, 고객 불만 고조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택배가 왜 안 오지?"

인천시 연수구의 한 신축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A(37)씨는 8일 모 택배업체 서비스센터에 배송확인 전화를 걸었다가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사흘 전에 온라인으로 주문한 문구상품이 7일 아파트단지 앞에 도착했다가 같은 날 문구업체로 반송됐다는 것이다.

택배업체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 A씨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택배업체는 이 아파트단지가 '실버 택배'를 운영, 협업을 권유하고 실버택배원 인건비로 수수료를 요구해 택배를 반송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매자의 양해도 없이 임의로 택배를 반송한 점에 대해서는 "확인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처럼 실버 택배를 도입한 아파트단지에서 배달 사고가 잦은 것은 기존 택배업체와 실버 택배업체 간 협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도입된 실버 택배는 주로 지하주차장에 집하장을 두고 일반 택배로부터 배송된 물건을 받은 뒤 각 가정으로 배달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택배업체는 실버 택배에 건당 700∼750원의 수수료를 내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 가정까지 배달해야 하는 수고를 덜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협업 시스템은 점차 느는 추세다.

그러나 수수료 부담 등의 이유로 실버 택배와 협업을 거부하는 업체도 있다.

문제가 된 이 아파트에서도 20여 개의 택배업체가 실버 택배와 협업에 동의했지만 대기업 계열 특정 택배 업체만 협업을 거부하며 고객의 택배를 임의로 반송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택배 업체 간 갈등 탓에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아파트단지 온라인 게시판에는 '전 3번 임의반송되고 너무 화가 나서 취소하고 다른 배송업체를 이용했다', '택배업체에 민원을 넣으니 집배점장과 통화하라는 어처구니없는 답변만 오네요', '연락 없이 자동반송. 선물로 줄 거였는데 2번이나 똑같은 일을 당하니 멘탈(정신)이 나가더라고요' 등의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파트단지입주자회의는 이 택배업체와 1차례 협의에 나섰지만, 수수료 규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입주자 대표 B씨는 15일 "실버 택배를 도입한 인천지역 다른 아파트단지들도 수수료를 700원∼750원으로 책정해 택배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며 "최근 이 택배업체 측에 실버 택배 수수료 최저치인 660원을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업체는 450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택배업체 본사 관계자는 "이 지역 집배점이 최근 인력난을 겪으면서 택배 배송에 과부하가 걸려 피치 못하게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조속히 실버 택배 측과 협업을 진행하고 실버 택배로 인한 집배점의 손실은 본사가 보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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