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단 결정 '존중' 밝히며 신고리 5·6호기 공약 파기 이해 구할 듯
시민 참여 '숙의 민주주의' 역설…탈원전 로드맵 지속 강조 전망
사회적 갈등 해결 모델로 '공론 시스템' 지속 의사 밝힐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청와대와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건설 재개 권고를 사실상 수용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내놓을 메시지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 '탈원전'을 기치로 내건 문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기에 공약 파기로 인한 향후 에너지 정책 전환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잣대가 이번 메시지에 고스란히 담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22일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4일 공론화위 권고안을 의결할 국무회의에서 관련 입장을 언급할 예정이지만 주요 공약에 처음으로 메스를 가한 사안인 만큼 가급적 빨리 입장을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내일 오후에 입장을 내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문 대통령은 자신의 약속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파기된 상황에 대한 언급부터 할 것으로 관측된다. 3개월에 걸친 시민참여단의 심사숙고가 공약 수정의 근거가 된 만큼 이를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치열한 토론을 통해 사회적으로 첨예한 이슈를 정리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면서 '숙의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역설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론화위 결과를 존중하고 그 과정에서 만들 수 있었던 새로운 숙의 과정과 시민 참여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실 것"이라며 "물론 공약 수정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언급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청와대는 전날 공론화위 권고를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고, 임종석 비서실장도 페이스북에 "또 하나의 민주주의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탈원전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공약했지만 공기가 상당 부분 진척돼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 됐기에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그 결과를 따르기로 했다"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값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문 대통령은 곧 내놓을 메시지에서도 이 같은 취지를 재차 언급하면서 국민 이해를 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중단 공약을 폐기하게 됐지만, 탈원전·탈석탄·신재생 에너지 확대로 요약되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점쳐진다. 공론화위도 신고리 원전 재개에 손을 들어주면서도 원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해 탈원전 방향에 힘을 실어줬다.

따라서 신규원전 전면중단 및 건설 백지화와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즉각 폐쇄라는 기존 에너지 정책은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대 관심사는 공론화위의 향후 활용 여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이다.

'숙의 민주주의'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공론화위 역할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면서 앞으로도 사회적 갈등이 큰 이슈에 공론화위 시스템을 작동시킬 것인지다.

당장 시민참여단이 국가 대사(大事)를 결정한 것을 두고 대의 민주주의를 위배했다거나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일고 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가 시민을 대표해 정책을 결정하는 게 민주주의라는 게 그런 논리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공론화위를 통해 드러난 숙의 민주주의를 사회적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는 공론화위 시스템이 향후 지속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고리 5·6호기만의 해법이 아니라 공론화에 의한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시키면서 사회적 갈등 사항의 해결 모델로 만들어갈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신고리 5·6호기 문제처럼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사안이라면 공론화위 시스템을 가동할 뜻이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가 중요한 갈등 당사자일 경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공론화 과정을 적용하는 게 의미가 있다"며 "이는 대의 민주주의를 위배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쪽에 서 있는 절반에 가까운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민주적인 행위로 볼 수 있기에 대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공론화위 과정이나 결과가 잘못되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책임을 회피한다는 주장은 말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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