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라더니 공항세 등 추가비용 요구…여행대행사 '엉터리 경품' 기승
단골손님에 제공하려 여행권 구매한 업주도 빗발친 항의에 골머리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정경재 기자 = 전북 전주시 신시가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35)씨는 경품으로 내건 '제주도여행권'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년 전 손님을 끌 방도를 찾던 차에 여행대행사에서 추천한 제주도여행권 1천 장을 구매했지만, 되려 손님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15만원 어치를 드시면 제주도여행권을 드립니다'라고 적힌 입간판과 포스터를 내걸자 음식점에 손님이 북적였다.

'진짜 여행권을 주느냐'는 문의전화도 쇄도했다. 음식값이 10만원인데 '15만 결제할 테니 여행권을 달라'고 생떼를 쓰는 손님도 있었다.

김씨 입가의 미소가 가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료여행권인데 왜 돈을 내라고 하느냐'는 불만부터 '지정 숙박업소 요금이 너무 비싸다', '공항이용료 등 추가로 내라는 돈이 너무 많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해당 여행권으로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 중 하나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자유여행에는 2인 항공권과 렌터카 48시간 이용권이 포함돼 있다. 패키지여행은 2인 항공권, 관광지 입장료, 식사비(석식 제외)가 제공되고, 관광버스로 업체가 짠 2박 3일 일정에 따라 움직인다.

여행권 이용방법은 이렇다.

여행대행사 홈페이지에서 여행권에 적힌 쿠폰 번호와 인증번호를 입력, 회원가입을 하면 예약화면으로 넘어간다. 여행 일자를 선택하면 '협찬호텔' 명단이 나오는데 1박당 가격이 13만원을 넘는다.

성수기, 준성수기, 주말, 연휴 때는 4만∼9만원의 추가 요금이 붙는다. 공항세, 샌딩비, 유류할증료, 버스 기사 팁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지방공항에서 출발 시 1인 1만원을 따로 내도록 한다. 렌터카 이용 시 요금은 무료지만 자기차량손해보험은 별도로 가입해야 한다.

이런 무료여행권을 음식점 등지에 팔고 여행일정을 조율하는 여행대행업체는 수십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여행권을 1천 장이나 샀는데 지금 창고에 300∼400장이나 남아 처분을 못 하고 있다"며 "요즘은 여행권을 준다고 해도 마다하는 손님이 더 많다. 손님 끌려다 단골까지 잃을 판이다"라고 토로했다.

상품권을 이용하려다 여행계획을 접은 박모(33)씨는 "여행 일자와 숙박업소를 선택하고 여행명세서를 받아봤는데 32만원이 나오더라. 이 정도 금액이면 괜찮겠지만, 추가로 요구하는 돈이 너무 많다. 차라리 숙박업소 내 마음대로 고르고 스스로 일정을 짜서 여행을 떠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무료라더니 무료가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처럼 단골손님에게 제공하려고 여행권을 구매했다가 피해를 본 업주들이 적지 않다. 전주에만 음식점 수십 곳이 일정 금액을 계산하면 여행권을 준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고객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

음식점에서 여행권을 받은 고객들은 '공짜로 여행 보내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냐', '단골한테 사기를 쳐도 되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와 블로그 등에는 음식점에서 받은 여행권을 판매한다는 글까지 올라와 타 소비자까지 피해가 번지는 상황이다.

해당 여행대행업체에 전화를 걸자 "여행권 뒷면에 추가 요금 등 유의사항을 다 적어놨다. 더는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소비자단체는 식당에서 받은 행사 경품이 진짜 무료인지 따져보는 '현명한 소비'를 주문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유미옥 사무처장은 "소비자들은 다른 식당보다 일정 금액을 결제하면 여행권을 주는 식당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정작 무료라고 믿었던 경품이 무료가 아니라면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적은 금액으로 얻을 수 있는 경품을 너무 믿지 말아야 한다. 다른 여행업체의 가격과 비교하고, 여행일정과 혜택 등을 따져봐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여행업체의 말대로 여행권에 유의사항을 다 적어놨기 때문에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하는지 모호하지만, 경품류 제공에 관한 불공정 행위에 해당하는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질의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명 여행사 관계자는 "영업을 위해 이런 식으로 프로모션하는 영세 업체가 많다"며 "경품을 받았더라도 별도의 약관을 꼼꼼히 살피고 스스로 세운 여행 예산 대비 적정한 금액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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