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내주 중 여·야 대표 청와대 초청할 듯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상 재추진…협치정국에 영향
한숨 돌렸으나 중소벤처부 장관·헌재소장 인선 등 과제 산적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21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운영과 개혁 드라이브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아울러, 청와대와 여당이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해 긴밀한 공조를 보임으로써 당·청 간 신뢰를 다지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낙마 이후 난관에 봉착했던 야권과의 협치에도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김 대법원장의 임명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문 대통령은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상을 다시 추진할 명분을 얻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상을 밝히고 러시아 순방을 다녀온 직후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이를 논의하고자 했으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부결로 여·야 관계가 급랭하면서 국정협의체 구상은 동력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의 문턱을 넘는 데 성공한 만큼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상은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침 문 대통령도 22일 밤늦게 뉴욕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다. 야당에 유엔 총회 참석 결과와 미국·일본·영국·이탈리아 등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 결과를 설명한다는 명분을 살리기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께서 뉴욕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신 후 다시 여·야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실 것"이라며 "뉴욕 순방 성과를 설명할 필요가 있고 대법원장 후보자도 통과됐으니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이라고 말했다.

30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만큼 여·야 대표 초청 시기는 다음 주 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뉴욕 순방 보고라는 성격을 고려하면 시간이 너무 지나면 안 될 것"이라며 "거기다 추석 연휴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다음 주 중 일정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성 논의가 힘을 받으면 협치 정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얼굴을 맞댈 수 있는 채널이 생기는 만큼 청와대와 국회 간 국정협력이 보다 원활해지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청와대는 협치 분위기가 무르익을 경우 이번 정기 국회에서 각종 개혁입법안의 통과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대로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면 문 대통령과 여권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국회에서의 주도권이 보수야당과 국민의당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것은 물론, 자칫하다간 청와대와 여당 간 불신이 싹트거나 여당 내부에서 책임론이 불거져 자중지란에 빠질 수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청와대와 여당은 긴밀한 공조를 선보였다.

문 대통령부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도움을 얻고자 지난 18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당부했다.

청와대 정무라인 역시 전병헌 정무수석과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등이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병헌 수석은 임명동의안 표결 당시 국회 내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대기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회의원 121명 전원이 친분이 있는 야당의원을 '개인 마크'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안철수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했으나, 안 대표의 일정 때문에 무산되자 본회의 개회 직전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대표의 방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결국, 안 대표와의 만남은 불발됐으나 김동철 원내대표와는 따로 만나 표결에 협조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

임명동의안 통과를 낙관했다가 허를 찔린 김이수 후보자 때와는 달리 방심하지 않고 청와대와 여당이 긴밀한 협력 플레이를 펼친 끝에 거둔 성과인 셈이다.

그러나 절대 밀려서는 안 되는 승부처에서 신승을 거두고 한숨을 돌렸을 뿐, 청와대와 여당 앞에는 풀기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헌법재판소장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선을 마무리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7번째 후보였던 박성진 후보자가 종교·이념 논쟁 끝에 낙마한 이후 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청와대 인사·민정 라인이 인재 발굴과 검증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어지간한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과할 자신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형국이다.

헌법재판소장 인선도 현재 공석인 대통령 지명 몫 헌법재판관 1명의 인선과 맞물려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이수 후보자를 제외한 기존 헌법재판관 7명 중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하고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 1명을 새로 지명하거나, 신임 헌법재판관 겸 헌재소장 후보자 1명을 지명할 수 있다.

기존 재판관 중 임명할 경우 고참 헌법재판관들의 임기가 1∼2년가량밖에 남지 않은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신임 헌법재판관 겸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되나, 이는 국민의당 당론과 일치한다. 야당 주장에 끌려가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헌재소장 인선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또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 간 불협화음으로 대표되는 정부 내 대북 대화론과 제재론 간 갈등을 정리하고 균형점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뉴욕 순방의 대미를 장식할 한 ·미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굳건한 공조를 확인하고 더 나아가 우리 군의 국방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에도 관심이 쏠린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RNX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